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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비호감’ 아파트 1층, 어떻게 해야 팔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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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낮춰도 여전히 미분양 많아

상품성 높이는 특화디자인 적용

“실수요자 중심으로 구매해야”

아파트 1층은 사생활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고, 도둑이 들 우려도 크다. 난방비와 냉방비가 더 들기도 하고, 엘리베이터 및 외부 소음에도 취약한 편이어서 선호도가 낮다. 1층 바로 앞에 예쁜 꽃밭을 꾸며주기도 하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조경공간은 공용면적이어서 1층 가구의 베란다에 문을 달고 출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다.

분양 때마다 끝까지 미분양으로 남는 물량은 대부분 1층이다. 최근에는 아예 1층을 없애고 ‘필로티’ 형식으로 2층부터 시공하는 아파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건설사마다 설계 및 조경 특화, 가격할인 등 1층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경향신문

GS건설 경희궁자이 ‘저층부 테라스’



경향신문

한라 배곧신도시 한라비발디 캠퍼스 ‘헬로 라운지’ 입구


■ 1층 가격 깎아주고, 특화설계 혜택

대우건설 관계자는 “모든 단지의 1, 2층과 최상층 가구 베란다에 동체감지기를 설치해 보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1층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건설사는 1층 가격을 낮추는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 10월 분양한 ‘천안 레이크타운 푸르지오’ 74A타입 1층 분양가는 2억5740만원으로 기준층(10~19층)에 비해 6%가량 낮았다. 62C타입 1층은 기준층보다 8%가량 싼 2억2840만원에 분양했다.

한라가 경기 시흥배곧신도시에 짓는 ‘한라비발디 캠퍼스’는 각 동 1층 필로티 입구에 ‘헬로우라운지’라는 학습밀착형 주민 편의공간이 들어선다. 헬로우라운지에는 코인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는 세탁실과 택배를 발송·수령할 수 있는 무인택배시스템, 토론 및 학습지 수업을 할 수 있는 스터디룸, 다과를 나누며 대화할 수 있는 톡톡 라운지 등이 갖춰진다.

GS건설은 아파트 1층 세대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특화 디자인을 개발해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다. 이달 말 분양하는 서울 4대문 내 최대 규모 단지인 ‘경희궁자이’에도 1층 특화 디자인을 적용한다. 1층 동 현관 앞에 야트막한 담장으로 둘러싸인 작은 외부 공간을 마련해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소통할 수 있는 단독주택의 마당 느낌을 재현한다. 내부에는 중정형 테라스 평면인 ‘자이테라’를 도입한다.

이 밖에도 GS건설은 △지하실을 주거 공간으로 확장한 지하층 활용형 △지상층 같은 지하 테라스 공간을 확보한 테라스 강화형 △세대 내 높이 차를 활용해 다락방이 있는 복층 구조를 적용한 다층 공간형 △1층 세대를 소형 평형 2세대로 분리한 세대 분리형 등 저층세대를 위한 특화설계를 개발해 적용하기로 했다.

■ 1층 계약 포기 속출… 미분양 주범

각 건설사가 아파트 1층 판매를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1층은 미분양의 주범이 되고 있다. 닥터아파트 권일 팀장은 “아파트 1층은 여전히 비호감 대상”이라며 “입주 후 거래되는 아파트 가격은 1층이 로열층에 비해 10% 넘게 싼 게 보통이고 어렵게 청약에 당첨됐더라도 1층에 배정받으면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공동 시공해 지난 4월 분양한 서울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1층을 필로티로 만들고, 2층부터 아파트를 올렸다. 2층 분양가는 기준층(5~19층)에 비해 6%가량 낮게 책정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지금까지 최저층인 2층 대부분을 포함해 30%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지난달 말 분양한 현대건설의 경기 수원 ‘힐스테이트 영통’도 일부 미분양이 발생했다.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아예 2층부터 아파트를 건립했지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고, 힐스테이트 영통은 기준층(4~9층)과 1층의 가격차가 5% 남짓에 불과해 1층 입주자에 대한 상대적인 불이익이 컸다는 지적을 받았다.

권일 팀장은 “아파트 1층은 철저하게 실수요자 중심으로 구매해야 한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거나,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있는 집, 또는 장애가 있는 분이 계신 집이라면 1층에 사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전용화단 등을 보고 1층에 입주하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안호기 선임기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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