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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꿈쩍않는 여성, 몸부림치는 남성…영상 속의 그들, 무슨 일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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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박지혜 전시회 ‘브레이킹 더 웨이브’

영상 속 이 남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멍때리고, 분노하고, 자책하고, 눈물까지 글썽이다 결국은 절규하는 이 남자. 그가 손아귀에 움켜쥔 회중시계는 도대체 무엇을 상징하는 건지? 그와 직각을 이룬 벽면에서 미동도 없이 바닥에 누워 있는 여성의 영상은 또 뭔가. 잠든 걸까? 죽은 걸까?

서울 성북구 창경궁로 35길, 서울 성곽 혜화문 인근. 도심에 흔하디흔한 다세대 주택 1층을 개조한 갤러리 버튼. 드넓은 대형 갤러리에 익숙한 관람객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만큼 자그마한 공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남녀의 영상을 바라보면 더욱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남자는 이 여자를 이미 죽였다는 건가? 아니면 잠든 여자를 죽이고 싶어하는 걸까? 그도 아니라면…. 이 여자가 이미 자살한 것일까?”

영상 설치작가 박지혜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다. 서로 직각을 이룬 벽면 한쪽엔 남성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다른 한쪽엔 잠든 듯 죽은 듯 널브러진 여성의 몽환적 모습을 점점 클로즈업하면서 관객에게 두 남녀의 관계를 유추하고 성찰하도록 하는 2채널 비디오 작품이다. 영상 반대편, 반투명 베일 뒤에선 박지혜 작가의 머리카락을 뒤집어쓴 작은 독일제 인형이 3~4초 간격으로 눈을 깜빡이며 영상을 응시하는 관객을 지켜본다. 관람객의 반응을 살피려는 작가의 분신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작가는 모든 이의 궁금증에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박 작가는 “영상 속의 여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남자가 여자를 죽였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은 그저 원초적이고 일상적인 관계인 사랑이라는 감정을 차용해 오랫동안 탐구해온 ‘인간 관계의 일방성과 취약함’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 두 남녀의 관계를 해석하는 것은 오롯이 경험세계가 서로 다른 관람객 각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12월7일까지. 070-7581-6026.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갤러리 버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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