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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中·日·유럽 경제살리기 배수진…다시 불붙은 돈 풀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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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부양 글로벌 大戰 ◆

매일경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가 어렵다는 반증이다. 주요 국가들이 자국통화 가치 하락을 노린 노골적인 돈풀기에 나서면서 환율전쟁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28개월 만에 기준금리(대출)를 0.4%포인트나 대폭 내리는 조치를 단행해 위안화 가치 상승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러자 몇 시간 뒤 유럽에서 환율전쟁에 기름을 붓는 또 다른 발언이 전해졌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해 거의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산 매입 규모·속도를 키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 드라기 총재 발언은 ECB가 곧 회사채나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는 등 미국 연준식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앞서 2주 전에는 일본중앙은행(BOJ)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충격에 빠진 일본 경제 부양을 위해 시장에 돈을 푸는 대규모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추가 양적완화 선언 후 달러 대비 엔화값은 2주 만에 8% 이상 폭락한 118엔대까지 밀려 지난 2007년 8월 이후 7년3개월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중국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와 유로존 추가 양적완화 시사로 세계 증시와 원자재 시장은 요동쳤다. 금리 인하로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인 중국 경기가 좋아져 원자재 소비가 늘어날 경우, 원자재 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 지난주 말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9% 올랐고, 구리 선물가격은 1.34% 폭등했다. 전 세계 증권시장도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에 유동성 확대 기대감 속에 큰폭으로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힘들어지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에 5년래 최저인 7.3% 성장에 그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가 제시한 7.5% 달성이 쉽지 않은 상태다.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중소기업 등 특정 대상에만 제공했던 유동성 공급을 산업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 금리 인하 카드를 선택했다는 시장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하 덕을 톡톡히 볼 전망이다. 중국 일간 제일재경은 22일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도시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최근 급격하게 진행된 엔화값 하락과 유로화 약세에 대응, 수출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매일경제

사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달러 강세에 전전긍긍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달러화에 신경을 쓰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달러화는 선진국 주요 통화 대비 9% 이상 상승했다. 달러가 절상되면 위안화 가치도 덩달아 올라 중국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실제로 중국 경제 성장모멘텀이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달러 강세 속에 위안화 가치가 지난 5월 초 이후 2% 이상 오른 상태다. 유로화도 달러 대비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로 일본 엔화와 치열한 절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처럼 일본에 이어 중국·유럽으로 환율전쟁 전선이 확산되면서 미국 연준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미국 연준은 돈풀기에 나선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과는 정반대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상태다. 미국 경제가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지난 10월 3차 양적완화(QE3) 조치를 2년1개월 만에 종료해 자산 매입을 통해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을 중단했다. 또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알리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차가 커지면 당연히 미국 달러 자산에 수요가 몰리게 되고 달러 가치는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수출기업들의 제품가격이 높아져 경쟁력을 잃게 된다. 미국 경제 회복 지지대 역할을 해온 수출 회복세가 꺾일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는 배경이다. 또 달러 강세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수입제품 가격 하락 압박으로 작용해 그렇지 않아도 낮은 인플레이션에 더 큰 하방 압력을 키워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환율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을 무시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정대로 인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IMF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선진국들의 돈풀기 정책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교수는 “인민은행, 일본은행, ECB의 양적완화 조치가 달러 강세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올해 중순 이후로 늦출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씨티뱅크는 당초 내년 9월을 연준 기준금리 인상 D데이로 전망했지만 이를 내년 12월로 늦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적완화 조치가 길어지면 자산 거품을 초래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 박봉권 기자 /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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