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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정재 "스태프에 기대니 두려움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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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매치'서 고난도 액션 연기 선보여

어깨 부상 후 10개월 재활…"이런 고강도 액션은 앞으로 힘들 것"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흥행 타율이 좋은 배우 중 한 명은 이정재(41)다.

1천298만명을 모은 '도둑들'(2012)로 빅히트를 친 그는 '신세계'(2013)와 '관상'(2013)에서 각각 468만명과 913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충무로 믿을 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정재는 날렵한 도둑(도둑들)이었다가, 마음 여린 조직의 2인자(신세계)였다가, 잔혹한 수양대군(관상)으로 변신하며 흥행에서도, 비평에서도 성공했다.

이번엔 게임 같은 액션 영화를 선택했다. '고고 70'(2008)의 최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빅매치'다.

이정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몸을 쓰는 최익호 역을 맡았다. 생각보다는 몸이 앞서는 힘 좋은 격투기 선수. 무쇠처럼 단단하고, 표범처럼 날렵한 파이터다.

말로 하거나 쓰기는 쉽지만 그걸 몸으로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불혹을 넘긴 이정재로서는 부담이 컸다.

이정재는 최근 삼청동의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답이 없었다. 열심히 운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무려 5개월에 걸친 긴 준비기간이 시작됐다. 오전에 근력 운동, 오후에 격투기 훈련으로 이어지는 6시간의 강행군이었다.

그러다 불상사가 빚어졌다.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격투기 훈련 도중 어깨를 다친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통증을 느끼고 2주 후에 병원에 가보니 어깨 인대가 4㎝가량 끊어져 있었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바로 수술을 권했다. 촬영이 코앞이었던 그때, 이정재는 고민에 휩싸였다.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제작사에서 촬영 중 상태가 악화돼 촬영 중단이 되더라도 일단 '가자'고 했어요. 제작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안은 큰 결정이었죠. 저 때문에 지연되면 제작비가 늘 게 뻔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끝날 때까지 별 탈 없이 진행됐어요."

영화를 다 찍고 나서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그는 "아직도 재활 중"이며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는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그리 무리하면서까지 이 영화를 찍어야 했을까.

"일단 운동한 게 아까웠어요.(웃음) 운동을 하다 보니 앞으로 더는 이렇게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액션장면을 소화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관객분들에게 지금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영화에는 그의 이런 노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구르고 뛰고, 점프하며 수십 명을 일망타진하는 익호의 액션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볼거리다. 거침없는 익호의 액션은 영화의 빠른 리듬과 뒤섞인다. 그리고 그 정점은 익호가 경찰서를 탈출하는 첫 액션 시퀀스다.

이정재는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잡아주는 장면이어서 가장 찍기 어려웠다"며 "계획했던 분량보다 많이 찍었는데 거의 3주 가까이 찍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흥행제조기'로 거듭났지만, 이정재는 골방에서 작품만 고르며 시간을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거의 매년 영화를 찍었던 그는 '태풍'(2005) 이후 2~3년에 한 편꼴로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3년에 한 편 정도씩 했나요? 워낙 들어오는 게 없었어요. 설령 들어온다고 해도 제 이미지와 맞지 않았어요. 작품을 좀 가렸던 것 같아요. 제 약점이 드러나는 영화들은 의도적으로 피했어요. 지금은 그때보단 나아졌어요. 요즘은 스태프에게 훨씬 기대요. 기대다 보니 제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어요."

오랜만에 복귀한 후 현장에서 뭐든 열심히 하는 영화인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더 해야겠구나"라는 반성도 들었다고 한다.

더 나은 연기를 위해서는 "생각의 확장과 그에 따른 신체적 훈련"이 필요했고, 그런 실천 속에 조금씩 연기가 늘었다. 나이를 먹고 슬럼프를 겪으며 자연스레 체득한 삶의 지혜였다.

흥행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게 영화계고, 연예계다. 그리고 한 번 추락하면 날개도 없다. 허공 위를 내딛는 기분이고, 불안과는 늘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내 연기가 관객들에게 설명이 안 되면 어떡하지'란 불안은 늘 안고 살아요.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작품에 대한 이해도,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에 대한 걱정이 있어요. 관성화된 생각으로 연기하기 싫어서 자꾸 캐릭터를 바꾸는 것 같아요. 다른 두뇌와 감성으로 인물에 접근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는 남자 배우는 40대에 가장 많은 역할이 들어오는 만큼 기대가 크다며 "40대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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