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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법원 "가혹행위로 총기 자살 군인, 국가유공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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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술 먹고 소란 피위 영창 15일 처분 받은 뒤 자살

"가혹행위 인정돼도 본인 과실 결합, 지원대상 유족 해당"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1990년대 군 복무 중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총기로 자살한 군인에게 법원이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지난 1998년 자살한 군인 고(故) 박모씨의 아버지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지원순직 군경유족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1996년 해병대로 입대했지만 부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부대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다 다른 대대로 전입됐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던 박씨는 상명하복의 명령체계와 조직을 앞세우는 군대문화의 특성상 선임들과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박씨가 소속돼 있던 중대장은 눈이나 비가 올 경우에도 팬티 바람으로 밖에서 반성문을 쓰거나 PT체조를 시키고 배수구 맨홀에 들어가도록 하는 등의 심한 군기교육을 자주 실시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관심병사였던 박씨의 경우에는 3~4일 동안 24시간 상황실에서 꿇어앉아 대기하기 등 더욱 심한 군기교육을 받았다.

박씨는 1998년 3월 토요일 새벽 혼자 사병식당에서 소주 2병을 마시고 술에 취해 울다 상급자에게 대드는 등 소란을 피워 영창 15일의 처분을 받았다.

박씨는 "영창만은 보내지 말아달라"고 애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영창 입소전까지 무릎을 꿇고 반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상황실에서 무릎을 꿇고 벌을 서던 박씨는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소속대 보급창고 앞에서 총구를 턱밑에 밀착시키고 발사해 사망했다.

박씨의 부모는 지난 2000년부터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들이 부대에서 관심사병으로 낙인 찍히고 가혹행위를 당해 자살했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시도해왔다.

결국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해 2월 "박씨의 사망과 군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나 박씨의 고의 또는 과실이 결합하여 발생한 자해행위로 사망했다"며 "박씨의 부모는 지원대상 유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씨의 아버지는 지원대상 유족이 아닌 국가유공자 유족에 해당한다며 다시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씨의 소속 중대장이 엄한 군기교육을 실시했고 가혹행위에 해당하는 사정도 있었으나 엄한 군기교육이 박씨에게만 행해졌던 것이 아니라 소속 중대원 전원에게 마찬가지로 행해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는 영창처분의 집행을 앞두고 자살을 했는데 박씨의 음주소란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린 것은 엄격한 규율과 질서가 중시되는 군 조직의 특성상 반드시 부당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박씨의 고의 또는 과실이 결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원대상 유족 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junoo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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