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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소중 리포트] 로제타, 우주의 비밀을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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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 풀어본 혜성탐사선 로제타

10년간 날아 인류 최초 혜성 만나 57시간 동안 정보 전송 후 동면

중앙일보

혜성탐사선 로제타호는 지난 2007년 추진력을 얻기 위해 화성에서 ‘스윙바이(중력도움)’를 했다. 행성의 중력 영향권에 들어간 후 빠져나가면 가속이 붙어 항해에 유리하다. 로제타는 10년의 여행을 마치고 지난 12일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탐사로봇을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진=ESA


혜성탐사선 로제타호는 지난 2007년 추진력을 얻기 위해 화성에서 ‘스윙바이(중력도움)’를 했다. 행성의 중력 영향권에 들어간 후 빠져나가면 가속이 붙어 항해에 유리하다. 로제타는 10년의 여행을 마치고 지난 12일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탐사로봇을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진=ESA 화살처럼 날아가기 때문에 우리말로 ‘살별’이라 불리는 혜성입니다. 인간은 그저 바라보며 동경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지난 12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에 표면에 탐사로봇을 착륙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한 혜성탐사선 ‘로제타(Rosetta)’와 탐사로봇 ‘파일리’가 그 주인공이죠. 파일리는 혜성의 그늘에 착륙하는 바람에 지금은 배터리가 방전돼 동면에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파일리가 혜성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로제타의 머릿글자를 따 혜성 탐사 프로젝트의 의미와 배경을 소개합니다.

글=김록환 기자 , 사진=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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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한 혜성탐사선 로제타호에서 분리된 탐사로봇 파일리가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접근하는 모습. 2 2004년 3월 2일, 로제타호를 실은 ‘아리안5’ 로켓이 발사됐다. 3 파일리가 12일 67P에 착륙했다.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ESA 관제센터에서 연구진이 환호하고 있다.


Rosetta 또 다른 위대한 한 걸음

인류의 우주 과학 기술이 한 단계 도약했다. ESA는 지난 12일 오후 4시 3분, 무인 혜성탐사선 로제타가 탐사로봇 ‘파일리’를 목표 혜성인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 표면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로제타호의 임무는 인류 최초로 혜성 표면을 탐사하는 것이다. 혜성엔 46억 년 전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의 물과 가스·먼지가 고스란히 얼어붙어 있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로제타와 파일리는 고대 이집트의 비석인 로제타석과 나일강에 있는 파일리섬에서 이름을 따왔다. 1882년 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이 로제타석과 파일리섬의 오벨리스크를 비교해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 이집트 문명의 비밀을 풀어낸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파일리가 혜성 표면에 착륙한 것은 실로 기적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이뤄낸 성과다. 단순히 물체를 지표면에 착륙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속 6만㎞로 날아가는 혜성 중 1㎢에 불과한 예상착륙지점에 로봇을 무사히 착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총알보다 18배 빠른 속도다. ESA 맷 테일러 박사는 “눈을 가린 채 말을 타고 달리면서 총을 쏴 날아가는 총알을 맞추는 것”이라고 착륙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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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SA의 과학자들이 로제타호의 태양전지판을 점검하고 있다.5 67P 표면 15.5㎞까지 접근한 로제타호가 촬영한 파일리의 모습.


Operation 우주탐사 계획

인류는 끊임없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존재다. 첫 주자는 구소련이었다. 1957년 10월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지구 궤도에 진입시켜 개발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미국도 NASA(미항공우주국)를 설립했다.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구소련을 앞질렀다.

1975년 5월 유럽 10개 국가가 공동으로 ESA를 설립했고, 주로 탐사선을 태양계 각 행성에 보내 과학적 관측활동을 해왔다. ESA는 NASA(미 항공우주국)과 함께 태양을 조사하는 무인 탐사기 ‘율리시스’를 1990년 발사하고 1997년엔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을 발사해 2004년 토성의 위성 티탄에 착륙시켰다.

1992년부터는 NASA와 혜성탐사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원래는 혜성에 착륙해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지구로 돌아오려 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문제를 이유로 어려워지자 관측 후 정보를 분석해 지구로 전송하는 방식인 ‘로제타 프로젝트’로 바꿨다. 그리고 2004년 3월 2일, 혜성 탐사의 임무를 띈 로제타가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10년의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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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ucture 탐사로봇의 구조

파일리는 소형 착륙선 형태의 탐사로봇이다. 무게는 약 100㎏인데, 혜성 67P에 착륙하기 전 1㎞ 상공부터는 사람이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천천히 하강하게 된다. 67P의 지름은 약 4㎞로 중력이 지구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파일리의 무게도 혜성에선 1g으로 변한다. 착륙을 세게 하면 반동으로 튕겨 나갈 위험이 있었다.

일단 표면에 착륙하면 그 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며 레이저를 이용해 주변 지형지물의 모양을 파악할 수 있다. 3개의 다리와 2개의 작살을 갖고 있어 표면에 몸체를 고정한 후 탑재된 드릴로 혜성 지표를 뚫고 물질을 채취한다. 계측기(물리적 상태를 수치로 기록하는 기구)로 채취한 물질을 분석하면 정보를 저장해 지구로 전송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사진촬영시스템인 롤리스(ROLIS)와 무선파전송으로 혜성핵의 소리실험을 하는 콘서트(CONCERT), 표면 깊이를 측정하는 기기인 세서미(SESAME)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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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로제타의 탐사로봇 파일리가 착륙한 혜성으로 태양 주위를 6.6년에 한 바퀴씩 돌며 지름 4.4㎞에 평균 온도는 섭씨 영하 70도다. 중력은 지구의 10만분의 1이다. 1969년 처음 발견돼 발견한 과학자의 이름이 붙여졌고, 숫자 67은 주기 혜성 목록 중 67번째로 등록됐다는 뜻이며 P는 공전 주기가 200년에 못 미치는 ‘단주기 혜성’이라는 의미다.


Economy 경제적 가치

ESA에 따르면 로제타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은 약 14억 유로(1조9000억원)다. ESA에 가입한 유럽 19개국이 분담(나누어서 맡음)했다. 과학 사이트 사이언시오그램(scienceogram.org)의 분석에 따르면 14억 유로는 프랑스의 항공사 에어버스의 여객기 ‘A380’ 4.2대를 살 수 있는 돈으로, 유럽 인구 1인당 3.5유로(4844원)를 분담하는 셈이다. 프로젝트 기간인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인들이 1년에 0.2유로(276원)를 투자해 로제타를 띄운 셈이다. 로제타 프로젝트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탐사 후 보내올 자료들로 기초과학도 발전할 전망이다.

Time 지난 10년

2004년 3월 2일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린 로제타호가 발사됐다.

2007년 2월 25일 65억㎞라는 거리를 항해하려면 행성 중력의 도움을 받아 가속하는 것이 필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도 나오는, 일명 ‘스윙바이’ 가속법이다. 우주선이 적은 동력으로 먼 거리를 항해하기 위해 행성의 중력장 내에 들어갔다 나가는 방법으로, 중력장에 잡혔다가 빠져나가면 행성의 공전 방향으로 가속을 얻을 수 있는 원리다. 로제타는 이 날 화성에서 스윙바이를 했다.

2010년 7월 10일 소행성 ‘루테티아’를 지나치며 표면을 촬영했다.

2011년 6월 8일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대부분의 전원을 끄고 3년간 동면 모드에 접어들었다.

2014년 1월 20일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경로에 진입한 후 동면 모드를 해제했다.

2014년 8월 혜성 67P 근처에 도착하는데 성공. 주변을 천천히 비행하기 시작한다.

2014년 11월 12일 파일리 로봇을 혜성 표면에 발사했다. 본격적인 탐사의 시작.

2015년 12월 31일 각종 자료를 지구에 전송하는 것을 끝으로 임무가 종료된다.

Try 긴박했던 착륙 시도

65억㎞의 여행을 마친 로제타는 파일리를 혜성 표면에 착륙시키기 시작했다. 공중에서부터 22.5㎞를 하강한 파일리는 약 7시간에 걸친 시도 끝에 착륙에 성공했지만 목표지점에서 1㎞쯤 떨어진 경사면 음지(햇빛이 들지 않는 장소)에 내려앉은 것이 문제가 됐다.

태양전지판으로 햇빛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배터리가 방전(전기가 방출되는 현상)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남은 에너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약 57시간뿐. 그 동안 파일리는 탑재된 드릴을 사용해 지표면 아래 25㎝를 파내 혜성의 유기물(생명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질)을 분석, 지구로 전송했다. 동면에 들어가기 직전, 로제타에 장착된 장비를 이용해 혜성의 대기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지구의 물과는 다른 성분 비율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쉽게 말해 지구의 물이 혜성에서 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지구의 바다가 태양계 내의 어디에선가 온 것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소행성에서 온 건지, 혜성에서 온 건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임무를 마친 파일리는 15일 오전 9시 36분 통신이 끊어져 휴면에 들어갔다.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는 내년 8월이 되면 태양빛을 충전해 다시 깨어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파일리가 깨어나 더 정확한 데이터를 보내주길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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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이태형 천문우주기획 대표가 말하는 로제타와 우주 탐사

―혜성 착륙 과정 중 가장 어려운 점은.

“혜성 표면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작고 가벼운 물체(파일리)를 정확한 위치에 수평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떨어질 때의 반동으로 파일리가 튕겨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탐사로봇 파일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혜성은 46억년 전 태양계가 탄생할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타임캡슐과도 같다. 지구의 암석들은 수십 억년이 지나면서 물·공기의 영향으로 처음 모습을 간직한 것이 없다. 따라서 혜성을 조사하면 태양계의 초기 모습을 짐작할 수 있고, 물이나 아미노산 등의 물질이 혜성에서 왔다는 이론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구 생명의 기원까지도 밝힐 수 있다.”

―어떻게 혜성을 따라잡는 것이 가능한지.

“우주 탐사선이 지구를 벗어날 때의 속도는 대략 1초에 11~15㎞ 정도다. 이 속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서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다. 로제타는 발사 후 3번에 걸쳐 지구의 스윙바이(중력도움)를 받았고, 화성에서도 스윙바이를 했다. 이를 통해 탐사선은 1초에 20㎞가 넘는 속도까지 빨라져 혜성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인류의 우주 탐사는 얼마나 발전할까.

“NASA를 포함한 우주개발기구들은 10~20년 내에 달·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기지를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달에는 인류가 500년 이상 쓸 수 있는 핵융합발전연료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계를 벗어나 먼 외계로 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수백 년 이내로 또 다른 지구에 인간이 살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본다.”

김록환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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