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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강희대제에겐 아직 ‘마지막 토끼’가 남아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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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지만, 정말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축구다. 산통이 깨지던 전북이 마지막 상대의 실수를 통해 기적처럼 경기를 뒤집고 10연승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전북이 2014년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확정지은 것은 지난 8일 제주 원정이었다. 그리고 프로축구연맹이 진행하는 공식 세리머니를 펼친 것은 지난 15일 포항과의 홈 경기였다. 이튿날인 16일, 수원은 제주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2위를 확정지었다. 올 시즌 가장 중요한 두 자리의 주인공이 일찌감치 정해져버렸다.

때문에 22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과 전북의 맞대결은 동기부여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1위와 2위의 충돌이었으나 조건이 밋밋했다. 하지만 두 팀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이유가 있었다. 전북은 기록을 이어가야했고 수원은 기록을 깨야했다. 초중반은 수원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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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 22일 수원 원정에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전북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사상 최초의 10연승에 도전한다. © News1 DB


후반 3분, 산토스의 패스를 받은 정대세가 그림 같은 오른발 슈팅을 터뜨리면서 철옹성처럼 단단했던 전북의 수비진을 드디어 무너뜨렸다. 이 득점 하나가 전북이 노리던 여러 가지 기록들을 망쳐놓았다.

전북은 지난 라운드까지 8경기 동안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다. 이는 K리그 통산 최다 연속 무실점 기록과 동률이었다. 과거 성남FC의 전신인 일화가 1993년 4월10일부터 5월29일 사이 8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심지어 8연승이다. 당시 일화는 3무5패였으니 ‘질’이 달랐다.

전북이 수원전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면 ‘공동’ 꼬리표를 떼고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수원이 산통을 깼다. 전북 수문장 권순태의 꿈도 깨졌다. 권순태 골키퍼의 7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도 산산이 부서졌다.

골키퍼 최다 연속 경기 무실점 기록은 신의손 골키퍼가 1993년에 세운 8경기다. 2008년에 이운재(당시 수원)가 7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달성한 것이 2위다. 그리고 올해 포항의 신화용이 6경기 무실점에 성공했다. 권순태 역시 지난 경기까지 6경기 연속 무실점에 성공했다. 수원전을 넘겼다면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신의손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었다. 전북의 이 토끼몰이를 수원이 모두 방해한 셈이 됐다. 하지만 끝까지 웃지 못했다.

전북도 그대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후반 29분 이승현이 수원 수비진의 깔끔하지 못했던 처리 과정을 놓치지 않고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것으로 전북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패배를 면하며 최근 13경기 연속 이어져오던 무패행진을 14경기(10승3무)로 늘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종료 2분을 남겨두고 수원 노동건 골키퍼의 실수가 빌미가 됐다. 수비수가 걷어낸다는 것이 빗맞고 뒤로 흐르자 노동건은 공을 잡지 않고 그대로 끝줄 밖으로 내보냈다. 의도적인 백패스가 아니기에 손으로 잡았어도 되나 경험 부족이 화를 불렀다. 하필이면 전북의 코너킥에서 골이 나왔다. 정혁의 슈팅이 굴절돼 골문을 통과하면서 극적인 역전골이 나왔다.

결국 그 실수로 전북이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전북은 지난 라운드 포항전의 1-0 승리를 포함해 8연승 중이었다. 연승 행진은 ‘9’가 됐다. 이전까지 K리그(클래식) 최다 연승 기록인 9연승(성남 일화, 울산 현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제 마지막 라운드에서 사상 최초인 10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 끝난 것 같았지만 아직 전북에게는 ‘마지막 토끼’ 한 마리가 남아 있다. 강희대제가 이끄는 전북호의 항해는 끝나지 않았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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