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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터뷰]이유영 “노출? 제 모습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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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데뷔작 영화 ‘봄’으로 밀라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신예 이유영(25). 그는 ‘봄’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일종의 오기가 생겼다. 주위 모든 사람이 ‘누드모델’이라는 배역 탓 ‘봄’ 출연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내가 괜찮다는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의 응원을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걱정만 하니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봄’의 시나리오를 건넨 소속사 대표까지 “저 민경 역할 하고 싶어요! 오디션 볼래요”라는 이유영에게 “많은 시나리오 중에 왜 하필 이걸?”이라는 반응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상상해 봤는데 제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그려지더라고요. 그렇지 않나요?” 신인 여배우의 답은 단순했다. 하지만 정확했다. ‘봄’이 표현하고자 했고, 담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이유영은 “사람들이 대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아무것도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오디션에서 이유영은 조근현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 감독은 그 자리에서 “함께하자”고 했다. 제작사와 매니지먼트는 놀랐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조 감독은 이유영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다른 이들은 반대했다. 하지만 감독이 그린 민경을 이유영 말고는 표현할 배우가 없었다. 주목해야 할 신인 여배우 탄생의 시작이었다.

‘봄’은 1960년대 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최고의 조각가 준구(박용우), 끝까지 삶의 의지를 찾아주려던 그의 아내 정숙(김서형), 가난과 폭력 아래 삶의 희망을 놓았다가 누드모델 제의를 받는 민경(이유영), 이 세 사람에게 찾아온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민경은 전라로 등장해야 하는 인물이다. 노출은 그 수위가 어떻든 여배우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유영은 “찍을 때도 노출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 부분 때문에 지인들이 출연을 말리는 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노출 신을 찍을 때도 내가 엄청난 것을 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다”고 웃었다. 하긴 그는 언론시사회에서도 “시나리오를 보고 눈이 먼 것 같다. 노출은 생각 않고 시나리오가 아름답게만 보였다”고 당당했었다.

노출신은 한 달 반가량의 촬영 기간 가운데 1주일 동안 몰아 찍었다. 처음에는 거리낌 없었지만 그래도 막상 촬영 날이 돼 떨리고 긴장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신인 여배우는 “오히려 ‘빨리 찍었으면’이라는 생각에 기다려졌다”고 말했다. “준구의 작업실에서의 장면이 이 영화의 핵심이었으니까 중요했죠. 그 장소는 민경에게 탈출구였고, 일종의 판타지적인 장소잖아요. 앞선 한 달은 민경의 힘든 삶을 찍었으니, 탈출구인 작업실에서 뭔가를 해소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행복한 모습을 빨리 찍고 싶었죠.(웃음)”

이유영의 말처럼, 민경은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에 아름답게 담긴다. 야하고 선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 감독의 연출력은 배우와 탁월하게 조화됐다.

“감독님이 정말 최고죠. 제가 처음 연기하는 것이니 떨리는 것도 많잖아요. 그게 정상인데 그걸 느끼지 않도록 편하게 만들어주셨죠.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이 뭔가를 요구하지도 않았어요. 참고 영화 몇 편을 주긴 하셨지만, 제 감정으로 편하게 연기하게 해주셨죠.”

민얼굴의 고등학생, 청순한 아가씨, 가출청소년 등의 역할로 20여 편의 단편에서, 또 상업영화 단역으로 차곡차곡 연기를 해왔던 한예종 출신인 그는 ‘봄’으로 관심을 받았고, 충무로에서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공교롭게도 차기작은 민규동 감독의 ‘간신’이다. 임금 옆에서는 충신인 듯하지만 정사를 그르치는 주범이 되는 간신과 왕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지만, 시나리오에 그려진 모습은 꽤 수위가 높다.

“민규동 감독님이 처절하고 아픈, 구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저는 야한 것보다는 인물들의 감정 쪽으로 생각을 더 하게 되더라고요. 제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는데 저도 절 모를 때가 많거든요? 제가 모르는 저를 다양한 작품에서 계속해서 발견해나가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웃음)”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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