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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가연의 어떤씨네] 상업논리vs선택제약…스크린 독점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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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맨 오른쪽)이 연출한 '인터스텔라'가 빠르게 관객몰이 하는 가운데 스크린 독점 문제가 불거져 눈길을 끈다./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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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가연 기자] 비수기 시장의 단비가 될 것 같더니 오아시스 수준을 넘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스텔라' 이야기다. '인터스텔라'는 지난달 최악의 비수기를 겪었던 영화 시장에서 빠르게 관객몰이를 하며 팬들을 극장가에 불러들였다. 하지만 '너무 많은' 영화관 수가 문제였을까. 멀티플렉스 극장이 '인터스텔라'로 도배가 되니 이제는 과도한 독과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터스텔라'는 졸지에 애물단지 아닌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 6일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1090개 상영관(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에서 시작해 개봉 첫 주 주말 1300개 관까지 늘렸다. 이후 평일에도 1200개를 유지했고 개봉 둘째 주 주말에는 1400개, 이후에도 1300개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다.

1000개 이상이 되는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는 '인터스텔라'. 이에 대한 독과점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실상 주말에는 60%가 넘는 좌석점유율을 보이고 예매율도 70~80%에 가깝다 보니 이런 비판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영화가 영화관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절대량에 맞춰서 다른 한쪽의 상영관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 '인터스텔라'의 상승세가 더할수록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패션왕'이나 '카트' 등은 당연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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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흥행 속에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카트'(왼쪽)와 '패션왕'은 상대적으로 적은 영화관에서 개봉했다./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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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당연히 상업논리를 운운할 수밖에 없고 관객들은 상업논리와 선택제약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독과점의 아이러니다. 영화관 측면에서는 높은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만큼 '인터스텔라'의 상영을 포기할 수 없다. 게다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좋은 자리를 예매하려고 암표까지 산다고 하니 영화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

비슷한 입장에서 관객들은 '잘 만든 영화를 보고 싶은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관객들의 욕구를 만족하게 하려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라는 것. 적게는 8000원에서 많게는 18000원을 주고 영화 한 편을 봐야 하는데 가격 대비 효용이 큰 영화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인터스텔라'를 벌써 세 번이나 봤다는 한 남성 A(서울, 33세)는 "2D와 아이맥스 4D 등 상영관을 달리해서 벌써 3번이나 '인터스텔라'를 봤다. 영화 가격만 4만 원 가까이 되지만, 영화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영화였다. 사실 관객 입장에서 영화라는 매체는 철저하게 상업적이지 않는가. 만원을 주고도 아깝지 않은 영화를 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한 대형 영화관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에 맞춰서 상영관을 배정한다. 보통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을 두고 상영관을 배정하는데 '인터스텔라'의 경우 수요가 많다 보니 공급도 맞춰갈 수밖에 없다. 상업 영화는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과점은 당연히 '선택제약'이라는 문제를 가져온다. 3개 관에서 상영할 것을 1개 관에서 상영하는 셈이니 당연히 다른 영화의 기회는 박탈된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관객들은 일부 멀티플렉스 극장에 항의하는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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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3만 명을 동원한 '다이빙벨'은 멀티플렉스 극장으로부터 극장 개봉 및 대관상영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받아 이에 대한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하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시네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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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다이빙 벨'도 반기를 들었다. '다이빙 벨'은 지난 4월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과정에서 다이빙벨 투입 논란을 둘러싸고 일어난 상황을 기록한 영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됐지만 상영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 23일 개봉한 '다이빙 벨'은 서울 인디스페이스 아트나인 씨네코드 선재 아트하우스 모모 등을 포함해 전국 26개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다. '다이빙 벨'은 멀티플렉스의 횡포라고 울분을 토했다.

19일 '다이빙벨' 제작사 아우라픽쳐스의 정상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라는 매체는 관객의 적극적 선택이 수반되는 매체다. 세월호 참사'에 관해 기존 언론과 다른 견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막혀있기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한 것"이라며 "관객의 선택권마저 빼앗아 가는 권력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한 영화인은 "국내 영화보다 국외 영화의 좌석 수가 많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씁쓸하다. 하지만 극장 좌석 수는 관객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정화작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한 편의 영화가 영화관을 점령하면 언제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다. 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정화작용이 필요하고 시장 구조를 바꾸려는 대책이 필요하다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내놓는 것은 어려우며 실현 가능성도 낮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론가는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이렇게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뀌지 않겠는가"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문제를 제기하고 계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인터스텔라' 예고편 (http://youtu.be/oW-zuMvbz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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