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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황우여 위에 김재원… ‘친박 계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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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합의 번복 과정서 불거져

청과 거리 따라 직계 - 팬클럽 - 동요층 순

그 아래에 김무성·이재오 등 비박·반박

“친박도 계급이 있나,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21일 누리과정 예산 증액을 둘러싼 여권의 합의·번복 사태에 이같이 말했다. ‘친박’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여야 간사와 잠정합의한 것을 또 다른 ‘친박’인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공개 부인했기 때문이다. 부총리를 향해 “월권”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경력만 보면 황 장관에게 김 수석부대표는 ‘애송이’다. 황 장관이 나이도 17살이 많고, 서울대 법대 선배다. 5선에다 집권여당 대표를 지낸 현직 부총리지만 김 수석부대표는 검사 출신의 재선 의원일 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실제 서열은 이 모든 경력을 무력화한다. ‘친박 카스트 계급론’이 설득력 있게 나오는 이유다. 실제 ‘파워(힘)’을 결정짓는 친박 계급은 김 수석부대표가 황 장관보다 더 높다는 이야기다.

현 집권세력인 친박 그룹의 서열 정리는 정치학이 아니라 지리학에 가깝다. 청와대와의 거리에 따라 계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친박 계급은 ‘청와대 직계’ ‘팬클럽 계급’ ‘동요 계급’ 등 크게 3개로 분류될 수 있다.

경향신문

최상층은 ‘청와대 직계 오더(지시)’ 계급이다. 누구나 친박을 자처할 수 있지만 아무나 직계 계급은 될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비서실장,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수시로 연락하며 국정을 논할 수 있어야 자격 요건이 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다들 스스로 친박 핵심이라고 하지만 청와대의 진짜 핵심과 수시로 통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는 이심전심의 ‘팬클럽 계급’이 있다. 박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세력이다. 친박 의원 대부분이 포함된다. 서청원 최고위원, 김태환·홍문종·윤상현 의원 등이다. 직계와 팬클럽 계급은 지난 19일 친박의원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회의를 갖고 자신들이 집권당 주인임을 과시했다.

마지막으로 ‘동요 계급’이 있다. 과거 친박을 했거나 박 대통령이 선거 등에서 활용했던 인연으로 얽힌 그룹이다. 따라서 범친박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친박·비박의 경계선에 선 회색인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유승민 의원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상층 계급으로 올라가거나 반대로 ‘탈박’할 수 있다.

누리과정 합의 번복 사태를 이런 계급적 관점에서 보자면 국고 지원을 반대하는 최상층인 최경환 장관과 김재원 수석부대표의 계급에 동요 계급인 황우여 장관이 밀린 꼴이다.

친박 계급 피라미드 밖에는 ‘비박’과 ‘반박’ 집단이 있다. 먼저 김무성 대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등 다수의 친이계가 포진한 ‘비박 계급’이 있다. 친박 시선으로 보면 이들은 ‘불순 계급’에 가깝다. 그들이 겉으로는 친박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다르다고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한 비박계 의원은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잘돼야 새누리당도, 우리도 잘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해도 언론이 만들어낸 친박·비박 프레임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악의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피라미드 끝자락에는 ‘반박 계급’이 있다. 친박 입장에서는 ‘적대 계급’이다. 박 대통령을 향해 거리낌없이 비판하는 이재오 의원이 대표적이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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