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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완벽하진 않았다, 완벽에 가까웠다… 인터스텔라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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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으로 존재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수업을 들으며 ‘멘붕’(심한 충격을 받은 상태)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이 왜곡될 수 있다는 개념이 마냥 어렵기만 하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이론이 적용된 SF영화 <인터스텔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를 본 후 상대성 이론에 대해 공부를 하겠다는 사람도 꽤 많다.

사람들은 영화의 어떤 점에 감동을 받아 이처럼 어려운 물리학 공부에 빠지고 있을까. 이 영화는 영화적 상상력에 과학적 지식을 잘 버무린 SF영화다. 시간여행이나 웜홀, 블랙홀 등 그럴듯해 보이는 상황을 제시하며 식량 부족 등 인류가 부딪힌 위기를 본격적으로 해결해나간다.

상상력이 가미된 SF영화를 정색하고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영화 전반에 걸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다루고 블랙홀과 웜홀을 그려낸 이 영화에 대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과학적으로 완벽한 영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놀란의 말대로 이 영화는 과학적으로 완벽할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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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전하는 3차원 블랙홀… 그 내부에서 5차원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없다?

<인터스텔라>의 백미는 회전하는 3차원 블랙홀에 대한 묘사다. 블랙홀은 별이 폭발할 때 극단적으로 수축을 일으켜 중심 밀도가 매우 증가하고 중력(질량을 가진 행성이 지표 근처의 물체를 수직 아래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굉장히 큰 천체를 말한다. 블랙홀에서는 빛도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블랙홀은 다른 물질을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너무 크다. 이 때문에 빛보다 속도가 빠른 것만이 블랙홀 중심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현재 빛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물질은 없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블랙홀은 단어의 뜻 그대로 검다. 그러나 영화에서 표현된 블랙홀은 밝게 빛나는 원(圓) 모양으로 가운데 부분에 둥근 띠가 둘러져있다. 이는 블랙홀 뒤에 있던 행성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을 지나는 과정에서 휘어져 동그란 형태로 보이는 것이다.

중력이 큰 물체 주변에서 빛이 휘는 현상을 ‘중력렌즈 효과’라고 한다. 블랙홀이 회전하면서 빛 등의 물질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김상욱 부산대 교수는 “지구 같은 보통 행성이라면 뒤에 있는 별빛을 가려 별이 안 보이지만 블랙홀은 빛을 휘게 만들어 뒤에 있는 별빛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표현된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지구에서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블랙홀은 지구와 거리가 너무 먼 데다 검고 어둡기 때문에 고도의 망원경을 사용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내놓는 빛의 일종인 X선을 검출하거나 행성들이 공전하는 궤도를 추적해 ‘그곳에 블랙홀이 있다’고 추측해낼 뿐이다.

또한 주인공 쿠퍼가 블랙홀 내부의 5차원 세계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과거의 딸과 만난다는 설정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쿠퍼는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 과거 딸 머피의 방 안 모습이 시간순서대로 배열된 5차원의 세계와 마주한다.

김 교수는 “블랙홀 내부 환경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현대 과학 이론은 없는 상황”이라며 “영화 속에서 블랙홀 내부에 들어간 쿠퍼가 과거의 딸과 만난다는 설정은 감독과 작가의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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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반 우주선으로 ‘밀러의 행성’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력’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중력을 이용하거나 거스르면서 우주여행을 한다. 또한 중력의 크기가 다른 행성을 넘나들면서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 결과 영화 말미에서 쿠퍼는 자신보다 훨씬 늙어버린 딸 머피를 만난다. 쿠퍼와 머피가 각각 살았던 행성의 중력 크기가 달라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는 중력이 잘못 표현된 ‘옥에 티’가 있다. 주인공 쿠퍼 일행이 웜홀을 통과한 뒤 제일 먼저 ‘밀러의 행성’에 도착한다. 밀러의 행성은 블랙홀 가까이 있는 행성으로 이곳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에 해당한다. 시간 차이가 생기는 것은 밀러의 행성과 지구의 중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클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지구에서 7년이 흐를 동안 밀러의 행성에선 1시간만 흐른다면, 이는 밀러의 행성 중력이 아주 크다는 말이다. 밀러의 행성 질량과 크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중력을 계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밀러의 행성 중력이 지구의 1.3배에 불과하다고 한 것은 과학적으로 틀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밀러의 행성과 지구의 시간 차이를 생각할 때 중력이 1.3배라는 것은 오류”라며 “중력이 이보다는 더 커야 1시간이 지구 7년에 해당된다는 시간 설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밀러의 행성에 도착한 쿠퍼 일행은 높이가 수백미터에 달하는 거대 파도에 부딪친다. 중력이 지구의 1.3배에 불과한 행성치고는 파도의 높이가 너무 높게 표현됐다.

쿠퍼 일행이 탄 우주선이 자력으로 밀러의 행성을 빠져나오는 설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우주선은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사체의 힘을 빌린다. 밀러의 행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더 크기 때문에 가공의 연료를 사용하거나 발사체보다 더 큰 힘을 빌려 나오지 않는 이상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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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공간 뛰어넘는 ‘웜홀’은 있나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웜홀(Worm Hole)’이다. 웜홀은 벌레가 뚫어놓은 구멍이라는 뜻이다. 벌레가 사과의 정반대편으로 이동하려면 사과의 표면을 따라가는 것보다 사과의 중심을 관통해 지나가면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우주의 중력에 따라 휘어진 시공간의 벽에 구멍을 뚫어 지름길을 만들 수 있고 그 지름길을 따라 이동하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설정이다. 웜홀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은 <인터스텔라>에 과학 자문을 한 킵 손 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다.

영국의 TV드라마 <닥터후>나 SF영화 <스타트렉>에서 그려진 것처럼, 과거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관통하는 통로로 알려져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이 빛까지 빨아들이는 행성이므로 이를 배출할 통로가 필요하고 그것이 화이트홀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블랙홀은 관측이 성공해 그 존재가 증명됐다. 그러나 화이트홀은 현대 과학이론으로는 존재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웜홀의 개념도 바뀌었다.

이제 웜홀은 아주 먼 두 지점을 잇는 ‘지름길’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영화에선 웜홀과 블랙홀은 등장하지만 화이트홀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이 영화는 웜홀을 이용해 장거리 우주여행하는 과정을 묘사한 역대 SF영화 가운데 최신 이론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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