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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본 식문화에 어류 ‘씨’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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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즐기는 ‘3대 어류’ 고래·장어·참치 모두 멸종위기종 지정

‘고래, 장어에 이어 참치까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난 1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총회에서 태평양 참다랑어(참치)를 새롭게 멸종위기종(레드 리스트)으로 지정했다. 태평양 참다랑어는 초밥·회 등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는 어류로, 일본이 세계 최대의 소비국이다. IUCN은 태평양 참다랑어를 멸종위기종 3등급 중 멸종 위험이 그나마 가장 낮은 3단계에 올려놨다. 이로써 이미 멸종위기에 몰려 국제포경위원회와 각국 환경단체 등의 보호대상이 되고 있는 고래와 지난 6월 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일본 장어를 포함하면 일본인이 즐겨 먹는 ‘3대 어류’인 장어·고래·참치가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셈이다.

경향신문

태평양 참다랑어에 대한 IUCN의 멸종위기종 지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워싱턴조약(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물의 국제 거래를 규제하고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조약)의 수출입 규제 대상을 결정할 때 IUCN의 멸종위기종 지정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에 향후 태평양 참다랑어에 대한 수출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 가능성이 높다.

태평양 참다랑어가 멸종위기 논란에 휩싸이자 일본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쿄(東京)에서 사는 70대 남자는 “일본인들은 참치가 없는 초밥이나 회 요리는 상상할 수도 없다”며 “어족자원을 보호하면서도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찾지 않는다면 일본의 식문화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예로부터 단백질 공급원으로 즐겨 먹어온 고래 역시 멸종위기에 몰려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 3월 남태평양에서 조사포경을 해온 일본에 “더 이상은 하지 말라”는 판결을 내리는 등 국제사회가 일본을 겨냥한 고래보호 운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조사포경은 고래의 서식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한 포경을 의미한다. 국제사회는 일본이 ‘조사’를 전면에 내세워 잡아들인 고래를 식용으로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본은 ICJ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내년부터 조사포경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하는 등 고래잡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2015년부터 12년 동안 진행하게 될 일본의 조사포경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것은 고래를 잡아 그 고기를 거래하기 위한 ‘상업포경’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 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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