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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현장검증 해 보니… "박지원, 뇌물 받을 시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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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금품수수 항소심 재판부, 목포서 임석 전 회장 동선 시간 측정

"시간 남는다" 검찰 주장 입증돼… 박측 "장소 부정확… 측정 오차" 반박

한국일보

2008년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임석(가운데)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21일 오후 범행장소로 지목된 전남 목포를 찾아 현장검증에 참여하고 있다. 목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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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8초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금품 전달이 충분히 가능했다.”(검찰)

“장소가 정확하지 않고, 시간 측정에도 오차가 있다.”(박지원 의원의 변호인)

21일 오후 전남 목포시 상동 S호텔 인근. 임석(52ㆍ수감 중)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돈 가방을 들고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6년 8개월 전 상황을 재연했다. 저축은행 두 곳에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72)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건의 현장검증이 열린 것이다. S호텔 주변은 임 전 회장과 박 의원이 금품을 주고받은 장소로 지목된 곳이다.

이날 현장검증은 1심 재판부가 “임 전 회장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박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항소심에서 검찰이 요청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강영수) 주관 하에 실시됐다. “서울에서 목포로 내려가 박 의원 측근에게 쇼핑백에 담긴 돈을 전달했다”는 임 전 회장의 당시 동선과 이동 소요시간을 확인해 보려는 목적이다.

1심에서는 임 전 회장이 사용한 하이패스 카드와 법인카드 내역을 토대로 목포 톨게이트를 출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데까지 33분이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임 전 회장은 “목포시에 들어와 S호텔 부근에서 돈을 건네고 대불산단 주유소로 이동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 지도 검색 기능을 이용한 결과 해당 경로는 최소 28분이 소요돼 33분 내에 돈까지 건넬 수 있었느냐가 문제였다. 재판부는 “돈을 전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 후 “실제로 이동해 보면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현장검증은 ‘시간 측정’에 집중됐다. 재판부는 당시 임 전 회장의 탑승 차량과 비슷한 성능의 차량을 타고 각 구간별 시간을 파악했다. 그 결과, 목포톨게이트에서 S호텔까지 12분 22초, 차량에서 내려 100여m 이동 후 돈 전달에 4분 8초, 다시 호텔에서 주유소로 이동해 결제하기까지 10분 48초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품 전달 시간을 빼고 나면 차량 이동에만 23분 10초가 소요된 것으로, 1심 재판부의 추정(28분)보다 훨씬 여유가 있는 셈이다.

현장검증 결과 항소심에서 반전을 노리는 검찰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심 때 배척됐던 임 전 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 의원 측 변호인은 “임씨와 운전기사가 기억하는 목포시 상동의 장소가 정확하지 않고, 돈을 전달하는 데 걸린 시간 측정에도 오차가 있다”고 반박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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