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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청산가리로 남편·애인 등 6명 살해한 혐의 日60대 여성, 8억엔 유산 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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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본 ANN 방송화면 캡처


일본 교토(京都)에서 청산가리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60대 여성이 18일 경찰에 붙잡혔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이 여성과 이전에 결혼했거나 교제한 남성 5명도 그녀와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고 일본 경찰은 전했다.

이 여성은 최근 숨진 남편을 포함해 6명의 남성들에게 최소 8억엔(약 75억6000여만원) 이상의 유산을 상속받고 이를 대부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용의자는 전업주부인 가케히 지사코(筧千佐子·67)로, 작년 11월 교토부 무코(向日)시에서 결혼상담소를 통해 만난 가케히 이사오(筧勇夫·사망 당시 75)와 결혼했다. 하지만 이사오는 결혼 한 달 만에 숨졌다. 당시 지사코는 119에 “남편이 의식이 없고 몸이 차가워지고 있다”고 신고했었다. 숨진 이사오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치사량이 넘는 청산가리가 검출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용의자가 ‘절대로 죽이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보험금과 유산을 노린 범죄로 보고 있다”며 “한 소식통은 숨진 남편이 사망 전에 생명보험을 들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2년 3월 오사카(大阪)현 가이즈카(貝塚)시에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숨진 남성(71세)의 체내에서도 청산가리가 검출됐다. 하지만 이 남성의 사망 사건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지사코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청산가리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결국 죽은 남성 명의의 아파트는 지사코에게 상속됐다.

산케이(産經)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사코는 첫 남편과 사별한 뒤 20년 동안 4번 결혼했다. 그와 결혼했거나 교제한 것으로 알려진 남성 6명은 모두 그와 관계를 맺은 지 짧으면 몇 달, 길면 수년 안에 사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수사관계자를 인용, “그녀는 숨진 남성들로부터 최소 8억엔 이상의 유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하지만 금융상품에 많은 지출을 한 지사코는 최근 지인들에게 생활비를 빌렸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지사코가 현재 1000만엔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며 "그녀가 이사오의 명의로 된 예금 430만엔을 인출하려다 교토시의 신용금고에서 거부당해 교토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며 "그녀는 신용금고와 생명보험 약 10개사에 인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용금고는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인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지사코를 체포했지만, 그가 청산가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숨진 남성들이 청산가리를 먹게 된 경위 역시 밝히지 못했다. 일본 영자 신문 재팬타임스는 경찰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경찰은 지사코의 집에서 빈 알약 캡슐과 약 종이, 의학 서적 등을 발견했다”면서 “이사오가 숨지기 전 그녀가 약국에 수면제를 사러 갔다가 처방전이 없어서 구매를 못하자 비슷한 효과를 내는 중국 약초를 산 것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수면 성분이 있는 약초를 먹인 뒤, 청산가리를 빈 알약 캡슐에 넣어 먹이지 않았겠느냐는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관측이다.

경찰은 지사코를 구속해 추가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지사코가 주변에 자살을 암시해 자살 감시도 조치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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