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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첫 네일미용사 국가자격시험 끝없는 논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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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참고서 7개 문항과 보기 내용·순서 동일한 출제…출제자 자격 시비

예상도 못한 고난도 문제에 수험생 비난 연일 빗발…단체행동 움직임도

뉴스1

네일 미용.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한종수 기자 = 올해 처음 치러진 네일미용사 국가기술자격고시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시중에 나온 특정 참고서와 똑같은 문항이 첫 시험에 대거 출제가 돼 출제자 자격 시비가 벌어지는가 하면 필기시험에 네일미용 분야와 무관한 문제들이 다수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의 항의가 연일 빗발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시험을 치른 3만7000여명 중 일부 수험생들이 네일미용 필기시험에 대한 항의와 이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준비하는데도 산업인력공단 측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해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

21일 뉴스1이 시중에 나온 E출판사의 '네일미용사 시험대비' 참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 책에 나온 예상문제 7개 문항이 지난 16일 치러진 제1회 네일미용사 국가기술자격 필기시험에 똑같이 출제됐다.

1회 네일미용 국가시험 B형에 실린 15번 문제는 피부의 면역을 옳게 설명한 보기를 고르는 객관식 문항으로 4개의 보기가 제시됐다. 이 문제는 E출판사 참고서의 예상문항과 같고 심지어 보기의 내용과 순서가 모두 똑같다.

또 Δ이·미용업소 내에 게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26번) Δ세균증식에 가장 적합한 최적 수온이온 농도(14번) Δ절지동물에 의해 매개되는 감영병이 아닌 것(5번) Δ법정 감염병 중 제4군 감영병에 속하는 것(3번) Δ감염병 관리상 가장 중요하게 취급해야 할 대상자(4번) Δ원발진(primary lesions)에 해당하는 피부질환(18번) 등 7개 문항이 E출판사 참고서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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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미용사 국가기술자격 필기시험(왼쪽) 문항과 시중에 나온 E출판사 예상문제(오른쪽). © News1


시중에 판매되는 네일미용 필기시험 관련 참고서는 15종 안팎이다. 시험을 치른 수험생 증언을 종합해보면 다른 참고서에는 국가고시 문제와 동일한 문항을 찾을 수 없었지만 유독 E출판사에서 나온 참고서에서만 동일한 문항이 대거 출제됐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은 해당 출판사와 네일미용 국가시험 필기 출제자들의 유착 의혹을 비롯해 이번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문제 출제 과정 오류, 필기 출제자의 자격미달 시비까지 거론하는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뉴스1과 통화에서 "네일미용 필기 60개 문항 중 7문항이 특정 출판사 참고서와 동일한데 이는 당락을 좌우하고도 남을 큰 비율로 출제자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문제를 냈는지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심지어 E출판사 참고서를 공단이 만들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난도로 출제된 필기시험에 대해서도 수험생들의 불만이 크다. 네일미용 실무와 무관한 문제들이 다수 출제돼 '네일아트'라는 구체적인 범위를 잘못 잡은 최악의 시험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필기시험을 치른 수험생 A씨는 "이번 시험이 간호사 시험인지 네일아트 관련 시험인지 헷갈린다"면서 "왜 네일아트와 전혀 관련이 없는 연어감염병에 대해 묻는지, 왜 영아 사망률 계산공식과 절지동물 감염체를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험생 B씨는 "네일인(네일미용 종사자)은 지금 당장 공중보건에 관한 법률 자문까지도 할 수 있을 만큼은 돼야 하는거구나 싶을 만큼 공중위생 전문가, 피부전문가에 준하는 문제들이 다수 출제됐다"며 "60문항 중 네일아트 관련 문제는 10개 남짓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가채점에서 36개(60점) 문항을 겨우 풀었다는 몇몇 수험생도 문제 유형이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무와 상관없는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은데다 시험을 치르기 전 공부한 예상 문제와 연관성이 낮았다는 것이다.

수험생 C씨는 "정부가 '손톱 밑 가시'를 빼는 규제완화를 한다더니 다방면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시험을 내는 의도가 대체 무엇인지, 기존 헤어·피부 미용 시험에서 네일 부문을 왜 분리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합격률이 얼마나 될지 기대된다"고 비꼬았다.

현재 큐넷 홈페이지 게시판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필기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나 불만을 가라앉힐 대안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한편 강한 항의 글이 누적되면서 집단 행동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일부 수험생들은 27일 오후 울산에 위치한 한국산업인력공단 본부 앞에서 네일미용 필기 시험에 대한 항의와 이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는 '대한민국 네일인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를 계획한 이상정씨는 "정부 '손톱 밑 가시 빼기 정책' 1호격인 네일아트 분야 독립의 시초인 네일미용사 필기시험을 네일아트 전문 지식보다는 말도 안되는 문제들과 오류 투성이로 만들었다"며 "손톱 밑 가시는 뽑힌 게 아니라 썩어가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집회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산업인력공단이 내놓은 답변은 '기존 미용사(일반·피부) 시험도 그렇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준에 의거했다'는 상투적인 말뿐"이라며 "네일 종사자들이 네일 실무로 평가받지 못하고 시험 조차도 엉터리 문제들로 자존감까지 짓밟히는데 공단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산업인력공단은 "네일미용사 필기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기존 미용사(일반·피부) 시험 문제 중 일부가 재출제된 것일 뿐"이라며 "또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토대로 만들고 사전 공개한 주요항목별 출제기준 범위 내에서 출제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16일 치러진 네일미용사 국가기술자격 시험은 네일개론, 피부학, 공중위생관리학, 화장품학, 네일미용기술 등 5개 과목에서 60개 문항이 출제됐으며 이중 60점(36문항)을 넘어야 합격이다. 전국에서 3만7000여명이 응시했고 필기 합격자는 28일에 발표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로 거론됐던 네일미용업 허가를 위한 별도 국가자격시험이 올해 처음 치러졌지만 시중 참고서와 똑같은 문항에다 네일 미용과 맞지 않는 난이도 등의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jep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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