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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토요 FOCUS] 일주일에 두세번 야근한다…맞벌이 박과장, 오늘도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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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직장인 속마음
매일경제·한국리서치 직장인 500명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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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미생`


대기업 직원 A씨(36)는 맞벌이 부부다. 동갑내기 아내 역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민은 잦은 야근이다. 부부 모두 일주일에 2~3일은 야근을 한다. 야근이 겹치면 네 살짜리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낮에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퇴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 부모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도움을 청할 상황이 못 된다. 급할 때는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장모님에게 아이를 부탁해야 한다. 누가 먼저 퇴근해 아이를 돌볼 것인지를 두고 부부간 다툼이 잦아졌고 스트레스도 늘었다. 회사에서는 예전과 달리 업무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A씨는 “육아 부담 때문에 야근을 어떻게든 피해보려 했지만 우리나라 기업 정서상 그게 쉽지 않다”며 “장모님께 면목이 없고 아이에게도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매일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최근 20~50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직장 문화 만족도’ 조사 결과 한국 직장인들은 여전히 과도한 업무로 인한 야근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절반은 주어진 휴가를 절반도 못 쓴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직장인 중 53.3%는 일주일에 하루 이상 야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2일 야근한다’는 답변이 17.5%로 가장 많았다. 평균 야근 시간은 2~3시간이 50.0%로 가장 많았고 1~2시간(25.5%), 3~5시간(15.7%)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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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규모가 클수록 야근도 많았다. 50명 미만인 소규모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은 51.4%가 ‘거의 야근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300명 이상 기업에 다니는 응답자 가운데 야근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8.5%로 줄었다.

야근을 한다는 응답자 262명 가운데 가장 많은 106명(39.7%)이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한다’고 했다. ‘업무 특성상 저녁에 일을 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70명(26.2%)에 달했으며, ‘야근을 당연시하는 회사 문화 때문’이라는 직장인은 23.3%로 야근을 하는 직장인 4명 중 1명꼴이었다.

실제로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B대리(34)는 매일 야근을 한다고 털어놨다. B씨는 “업무 특성상 실시간으로 여러 부서와 연락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한 부서라도 야근을 하면 우리 부서도 남아서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휴가 역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휴가 사용 일수를 묻는 질문에 설문 응답자 500명 중 120명(24.0%)이 ‘절반 정도만 사용했다’고 답했다. 147명(29.4%)은 ‘거의 혹은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복수 응답)는 ‘업무 특성상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라는 답변이 60.3%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상사 눈치가 보여서’(39.4%), ‘연가보상비 등 금전적 이익을 위해서’(19.9%), ‘본인 업무 태도에 부정적 평가를 받을 것 같아서’(19.5%) 등 답변도 있었다.

직장인 C씨는 “회사에 정해진 휴가 일수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계획된 업무 일정과 상급자들 휴가 일정에 맞추다 보면 막상 내가 휴가를 쓸 수 있는 날은 별로 많지 않다”며 “그렇다고 모두가 휴가에서 돌아온 후 혼자 사무실을 비우자니 그것 또한 눈치가 보여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직장인 대부분이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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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96.4%에 이르렀다. 출산휴가 사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 여성 응답자 90.1%, 남성 응답자 70.9%가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출산휴가 사용 여건은 여전히 나쁜 것으로 분석됐다. 출산휴가를 ‘아무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은 25.4%, ‘동료들 눈치가 보이지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이 37.5%였다. ‘제도는 있으나 분위기상 사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24.9%였고, ‘제도가 없어서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도 12.2%에 달했다. 또 ‘동료의 출산휴가 사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67.5%에 이르러 직장인들 사이에 ‘나는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싶지만 동료가 출산휴가를 가는 일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휴직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95.4%(남자 93.1%· 여자 97.9%)에 달했지만 ‘사용하기 어렵거나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인 55.4%에 달했다. ‘동료의 육아휴직에 부담을 느낀다’는 답변도 72.1%로 출산휴가보다 기간이 긴 육아휴직은 본인과 동료 모두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정 노무법인 이룸 노무사는 “상당수 직장인이 법이 규정한 육아휴직, 연차휴가를 소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육아휴직 시 대체인력을 구해주는 등 회사가 적극적으로 노력해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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