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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헌' 車 같은 폭스바겐 구매 고객 분통…교환·환불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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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G사(딜러사)에서 폭스바겐 쿠페형 세단 'CC 2.0 TDI 모델'을 구매한 김 모씨는 차량 구매 2개월 여만에 소음 및 시동꺼짐 증상이 수차례 발생해 회사 측에 환불 및 교환을 요청했지만 납득할 만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시동꺼짐 현상으로 견인 조치 중인 차량. / 독제 제공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아우디·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소위 독일 '빅 4'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불어난 '몸집'에 턱없이 모자란 애프터서비스(AS)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차량을 구매한 지 1~2개월 만에 '잡음'이나 '변속 충격'과 같은 증상에서 '시동 꺼짐'과 같은 중대 결함이 발생해도 교환이나 환불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김모 씨도 최근 잘못 산 수입차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G사(딜러사)에서 5000만 원 상당의 폭스바겐 쿠페형 세단 'CC 2.0 TDI 모델'을 구매했다. 그러나 계약 다음 날 해당 전시장에서 차량을 인도받은 김 씨의 차량 운전석 뒷자리 창문에서 귀에 거슬릴 정도의 풍절음이 지속해서 발생했다.

보름 뒤 서울 미아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김 씨는 차량 뒷유리 단차조정 및 도어 단차 조정 조치를 받고 돌아갔지만, 증상은 전혀 해소 되지 않았다. 이후 김 씨는 이달까지 두 차례에 걸쳐 대전 신탄진 서비스센터에서 차량 도어의 고무 연결부위에서 발견된 이격과 관련한 수리를 받았지만, 풍절음은 여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는 김 씨의 차량에서 시동 꺼짐 증상이 발생했다. 신호 대기 상태에서 출발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시동이 꺼졌고, 이 같은 증상이 수차례 반복돼 결국 차량을 견인해 서비스 센터에 입고했다.

3일 뒤인 17일 김 씨는 차량을 구매한 전시장 측에 새 차로 교환해주거나 전액 환불을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차량 안정성 및 운전자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결함이 아니기 때문에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 씨는 "수입차의 애프터서비스가 불편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차량 구입 전과 후가 다를 줄 몰랐다.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차를 타기 위해 수입차 구매를 결정했는데 요즘에는 정말 후회한다. 차량 구입 후부터 지금까지 차 때문에 한 시도 편할 날이 없는데 차를 판 측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해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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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시동꺼짐 증상이 수차례 반복돼 김 씨는 결국 보험회사에 연락해 차량을 견인,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를 받았다.


<더팩트> 취재 결과 김 씨의 차량 결함은 디젤 차량에 사용되는 배기순환장치 가운데 하나인 EGR밸브에서 공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발생했다. EGR밸브의 결함은 디젤 차량에서 발생하는 시동꺼짐현상의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회사 측은 "EGR밸브 이상은 자동차의 엔진이나 브레이크 등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결함이 아닌 단순 결함은 교환 또는 환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동차 결함과 관련한 교환·환불 정책에 제조사 측이 인색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조사 중심의 법 제도가 한 몫을 차지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자동차 결함에 대한 민원 역시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교환이나 환불과 같은 조치를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라며 "미국 이나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제조사 측이 결함이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대한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운전자가 차량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운전자 관리 책임 구조로 법 제도가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작성한 '수입차 관련 소비자 민원 제기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수입차 관련 민원 건 수는 모두 3807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약 40%(1510건)는 아우디폭스바겐 브랜드 관련 건수가 차지했다. 이처럼 수입차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소비자 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이 실제 구제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서울남부지법 제2민사부(장진훈 부장판사)는 지난 2011년 BMW 차량을 구매한 김모 씨가 수차례 수리 후에도 변속기 충격 증상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듬해 1월 제조사 측에 지불한 차량 금액 5500여 만원을 전액 환불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변속기 하자는 쉽고 저렴하게 수리할 수 있고, 차량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깨고 제조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고지된 자동차 교환 및 환불 조건을 살펴보면, 차량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할 만한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하면 운전자가 제조사 측에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차량 인도 후 12개월 이내의 경우 중대한 결함과 관련 3회 이상 수리를 받고, 4회째 재발하는 경우 또는 수리 누계 일수(실제 수리에 소요된 시간)이 30일이 초과할 경우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중대한 결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팀 관계자는 "자동차는 일반 공산품과 달리 운전자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치명적이고 중대한 결함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고지하고 있지만, 제조사 측에 이를 강제로 이행할 수 있는 강제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 [TF영상] 폭스바겐 CC 구매자 시동꺼짐 현상 영상(http://youtu.be/lfZrJ6Nf6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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