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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경제자유구역 들어설 영리병원, 무늬만 외국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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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의사 10% 고용기준 삭제, 외국 환자 유치 당초 취지 무색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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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는 투자개방형 영리병원 소속 외국인 의사 10% 고용 기준을 없애 외국계 영리병원의 국내 진입 문턱을 더 낮춘다. 외국 환자 유치라는 애초의 취지는 더욱 빛이 바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외국병원 설립 관련 규제를 완화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 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21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20일 밝혔다. 2년 전 제정된 시행규칙은 외국 의사ㆍ치과의사 면허 소지자 비율을 10% 이상으로 못박았지만 개정안에서 이 항목을 삭제한다. 복지부는 진료과목과 병상규모, 외국 의료진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외국면허의사 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주 진료과목에 외국 의사를 1명씩 두도록 하는 현행 규정은 유지된다.

외국병원에서 진료, 감염관리,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을 논의하는 의사결정기구 구성 기준도 완화된다. 기존 규칙에서 ▦의사결정기구의 장은 외국 의료기관장으로 할 것 ▦구성원의 50% 이상을 외국 의료기관 소속 의사나 치과의사로 구성한다는 규정이 삭제되고 외국인 의사와 치과의사를 포함해 7명 이상이면 되도록 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 50% 이상과 해외 유수 병원과 운영 협약을 맺도록 하는 요건은 변함 없다.

이 같은 규정 완화는 줄기세포치료를 하는 중국 싼얼병원을 제주에 유치하려다 결국 실패한 정부가 어떻게든 첫 영리병원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02년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됐지만 10년 넘게 유치실적은 0건이다.

결국 말만 외국계 영리병원일 뿐 국내 환자를 위한 병원이라는 시각이 짙어지고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외국인이 진료하고 외국인이 투자하고 외국인을 진료한다며 영리병원을 도입한 정부가 내국인이 진료하고 내국인이 의사결정하는 병원을 만드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정 국장은 또 “외국인도 학생비자 등 정식 비자를 받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데 굳이 인천 길병원이나 인하대병원을 두고 송도에서 치료 받을 이유가 없다”며 “속내는 국내병원의 영리화를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외국인을 위한 의료기관이며 건강보험 적용도 배제되고 치료 수가도 다를 것이어서 국내 보건의료체계와 충돌할 염려가 없다”고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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