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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다시 잠자… PC방 갔다가… 지각생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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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9시 등교 석 달 96% 참여 점심시간 단축 등 부작용도

한국일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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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A고교는 오전 9시 등교를 시행한 이후 지각생이 늘었다. 오전 8시10분까지 등교하도록 했을 때는 10여명 정도가 늦었으나, 지금은 두 배 가까운 30여명이 지각한다. 이 학교 학생부장은 “지각 이유를 들어보면 대게 늦춰진 등교시간과 관련 있다”며 “맞벌이 부모가 출근하면서 깨웠는데 다시 잠을 잤다거나 PC방에 들렀다 오느라 늦은 학생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올해 9월부터 오전 9시 등교를 도입한 지 석 달째, 시행 초기 논란에 비해 연착륙하고 있다는 평이지만 확대 시행을 위해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오전 9시 등교는 도입 당시 도내 2,250개 초ㆍ중ㆍ고교 중 2,028곳(90.1%)이 시행했고, 참여 학교는 지난달 31일 기준 95.9%(2,157개교)로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고교 참여율은 67%에서 81.6%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맞벌이 부모를 둬 일찍 등교할 수 밖에 없는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도교육청 교육과정지원과 관계자는 “일찍 등교하는 학생을 위해 독서교실, 스포츠클럽, 영어듣기, 악기연주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고 했으나 경기 안성의 한 중학교 교사는 “조기 등교하는 학생들은 보통 오전 8시 전후로 오는데 첫 수업 시작(오전 9시)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프로그램 운영이 잘 되는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의 20%가 조기등교 한다.

고교의 경우 첫 수업이 이전 보다 50분 미뤄지면서 점심시간도 뒤로 밀리거나 짧아졌다. 경기 B고교는 낮 12시10분~오후 1시였던 점심시간이 오후 1시~1시50분으로 늦춰졌다. 이 학교 교사는 “이전처럼 낮 12시쯤 점심을 먹으려면 오전에 3교시만 수업해야 하는데 그러면 오후 수업시간이 많아져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배고파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등교가 불편해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학교 등교시간이 오전 9시로 정해지면서 이 시간대 통학버스 수요가 폭증해 학생통학용 사설버스를 타지 못하는 학생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통학버스가 오전 8시 이전에 고교생를 태운 뒤 8시 넘어 중학생을 등교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75개 학교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해봤더니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이 줄었다’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다’ 등의 긍정적 변화가 많았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경기의 한 고교 교사는 “오전 9시 등교제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은 찬반이 반반으로 갈린다”며 “자화자찬만 할 게 아니라 불거지는 여러 문제 해결에도 도교육청이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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