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작은 서점의 성공비결…동네 문화 공간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만일’ ‘별책부록’ 등 인기 만점

특색 있는 인테리어로 눈길 끌고

독서모임으로 주민과 함께 호흡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동네 책방 ‘만일’은 손님들로 붐볐다. 내부는 33㎡(10평) 정도의 아담 한 크기였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벽면의 선반에는 인문서와 시집 등이 꽂혀 있었다. 문화ㆍ예술 관련 교양서가 많이 눈에 띄였다. 가운데의 탁자 위에는 귤이 올려져 있었다.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였다. 책들이 선반을 빽빽히 채우지 않고 있는 모습이 보통의 책방과는 다른 분위기를 냈다.

'만일'은 석 달 전에 문을 열었다. 도서전과 같은 출판 관련 행사 전문 기획자인 이승주(32)씨가 주인이다. 그는“주변의 아는 사람들과 중고 책 돌려보기 활동을 했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만나기 위해 작업실로 쓰던 이 곳을 개조해 책방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책방에는 20대 여성이 무료봉사를 하고 있었다.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동네에 잘 꾸며진 책방이 들어서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자발적으로 가끔씩 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다. 나 말고도 이 곳에 와 무보수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가 두 명 더 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매주 일요일에 독서 모임이 열린다. 동네 주민들이 주요 참석자다. 종종 출판사 편집자 등을 불러 손님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이씨는 “석 달간의 경험을 통해 생각보다 책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남유재씨는 “대형 서점과는 다른 방식의 서가 구성에 이끌려 자주 온다. 특이한 책이 많아 구경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주인 이씨는 아직 책방에서 생활을 유지할 수준의 수입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에다 책을 싣고 가 인근 동네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찾아가는 책방’ 이벤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근 동교동의 ‘별책부록’도 인기있는 동네 책방이다. 홍익대 근처에 있는 덕에 젊은층 고객이 많다. 책과 함께 엽서ㆍ컵 등의 잡화와 중고 음반 등도 파는 곳이다. 디자인 관련 서적이나 문화 관련 잡지 등이 많이 놓여 있다. 반 년 전에 이 책방을 만든 주인 차승현(34)씨는 “아기자기한 잡화류는 매상에도 도움이 되지만 가게 분위기를 내는 데도 일조를 하기 때문에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차씨는 서점 직원 출신이다. 그는 “손님들과의 계속 소통하면서 가게 분위기에 계속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만일’의 이씨나 ‘별책부록’의 차씨는 유럽이나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단골들을 많이 가진 특색 있는 책방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손님들의 반응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책방을 꾸미는 것이 두 곳의 공통된 인기 비결이다. 도서정가제 강화에 이들 책방의 주인 생각은 어떨까. 이씨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부분이 있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씨는 “소규모 서점 주인으로서 새 제도가 실제적 효과를 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송영오 인턴기자 song4536@naver.com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이상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oonny2001/

[☞ 중앙일보 구독신청] [☞ 중앙일보 기사 구매]

[ⓒ 중앙일보 :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