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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테러에 대처하는 캐나다인들의 흔한 국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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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무장한 캐나다 연방경찰 긴급투입조가 22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한 캐나다 수도 오타와 '팔러먼트 힐'의 출입문을 지나 안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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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한복판에 괴한이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장괴한은 오타와 국립전쟁기념관에서 병사를 살해하고, 차량을 탈취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려다 현장에서 사살됐다.

용의자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마이클 지하프 비보(32). 경찰이 밝힌 범행 동기는 '시리아 여권 발급이 늦어진다'는 다소 엉뚱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전 세계에 테러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 동참하고 있어 테러 표적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외신들은 테러 위기감에 캐나다 국민들이 불안에 떨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그러나 캐나다 국민들은 침착했다. 오히려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이 전해지면서 전세계 네티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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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시민의식_무슬람/2014-10-31(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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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간) 캐나다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진 커뮤니티인 'imgur'에는 '내가 캐나다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이유'(Why I am proud to be Canadian')라는 제목의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바실(varsil)이라고 밝힌 네티즌의 글은 곧바로 화제가 됐다.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날 총격사건이 발생했던 인근의 이슬람 사원에 ‘너희 나라로 가버려’(go home)라는 빨간 글씨가 크게 낙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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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시민의식_무슬람/2014-10-31(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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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시민의식_무슬람/2014-10-31(한국일보)


그러자 곧바로 인근 시민들이 몰려와 이슬람 사원 창문과 벽 곳곳에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자발적으로 낙서를 지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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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시민의식_무슬람/2014-10-31(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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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시민의식_무슬람/2014-10-31(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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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당신들 집입니다’라는 따뜻한 격려 문구도 준비해 붙이고, 군인들도 찾아와 사원을 다시 깨끗하게 꾸미는 것을 도왔다.

바실은 게시물에 “내가 캐나다인이라서 자랑스러운 순간”이라며 “정신나간 테러리스트가 우리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총격사건과 관련해 캐나다 국민성을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 또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타와 총기사건으로 인한 인종차별에 반응하는 캐나다인’ 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현재까지 172만7,300여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은 무슬림이 저지른 오타와 총격사건을 겪은 캐나다인이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알아보기 위해 기획한 몰래카메라다. 영상 시작 부분에 무슬림을 괴롭히는 역할의 배우와 무슬림 역할의 배우가 나란히 서 있다. 무슨 영문인지 한 사람은 코피 자국이 선명하다.

무슬림을 괴롭히는 역할의 남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무슬림 전통복장을 입은 배우에게 다짜고짜 “버스에 타지 말라”고 한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 한 명이 “절대 사람의 옷이나 국가에 따른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충고를 한다. 이어 “최근의 총격 사건, 9.11은 단지 무슬림 광신도가 벌인 것이니 모두에게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앞의 무슬림 남성은 나의 친구라고 감싼다. 다른 시민들의 반응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슬림을 괴롭히는 배우에게 “총기사건은 끔직한 사건이지만 단지 사람이 무엇을 입느냐에 따라서 차별하면 안 된다”며 거듭 충고를 이어간다. 무슬림을 향한 편견이 불쾌하다며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무슬림)남자를 가만히 두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경고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결국 무슬림을 향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 배우가 무슬림을 보호하려는 또 다른 남성에게 얼굴을 얻어맞으면서 몰래 카메라는 종료된다. 첫 장면에 나온 배우의 선명한 코피자국이 설명되는 순간이다.

사실 캐나다인들의 높은 시민의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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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커뮤니티에서는 지하철 개찰구에 요금을 올려두고 간 사진이 시선을 끌었다. 누가 보든 안보든 무임승차를 하지 않고 정직하게 돈을 내는 캐나다인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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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한 캐나다 시민이 들고 있는 피켓이 화제가 됐다. 이 시위자는 롭 포드 토론토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포드 시장님, 사퇴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번거로우시겠지만 시장님이 불편하지 않으신 시간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정중하게 문구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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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는 시위대가 '미안하다!’고 외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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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국민성을 풍자한 그림도 자주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는 나그네 쥐들이 서로 먼저가라고 양보하며 너도나도 “너 먼저"를 외치고 있다.

현민지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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