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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어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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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땡큐, 맘'… 비행기 티켓 한장 들고 미국공립학교 입성하기]

머니투데이

애비는 한량이었다. 1926년 생 어미는 문맹이었다. 4남 2녀, 적지 않은 자식들의 입에 먹을 것을 대고 학교에 보내기 위해 어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눈 코 뜰 새 없는 노동뿐이었다. 반농반어의 섬은 농촌처럼 농한기도 없었다. 겨울이면 외려 노 젓는 쪽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김이나 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해 생산하느라 더더욱 고됐다.

성장한 자식들이 하나 둘 도시로 떠나고 막내 아들 하나가 남았다. 어미는 이놈만큼은 남보란 듯이 가르쳐보겠다며 멸치와 깻잎을 가득 담은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도부 장수로 나섰다. 당기순이익, 매입매출 이런 단어는 알지도 못했다. 겨울의 칼바람, 여름의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막내 아들의 가방 끈이 길어질수록 함지박도 비례해 무거워졌고 어미의 목은 짧아져갔다.

항구도시의 시장 귀퉁이에 쪼그려 앉은 어미는 배가 고팠다. 달콤한 붕어빵 냄새에 백 원짜리 동전을 수도 없이 매만지다가 맹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인 돈은 월말이면 통째로 막내의 학비로 보내졌다. 필자가 바로 그 어미 진달래 여사의 막내였다. 어미는 원래 그런 사람인지, 어미는 원래 그래야 하는 사람인지 알 수조차 없다.

맹모삼천, 맹자의 어머니도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감행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의 교육을 위한 어머니의 노력은 똑 같은가 보다. 신간 <땡큐, 맘>의 공동 저자인 17살 김성준 학생과 그의 어머니 신은미 씨도 마찬가지다.

신은미 씨는 이미 ‘엄마표 영어’의 성공스토리로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자식 교육에 남다른 철학을 가진 엄마는 사교육 대신 직접 아이들을 가르쳤고,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면서 크도록 배려했다. 아이는 유독 영어에 재능을 보였고,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자 교환학생으로 미국의 공립고등학교를 ‘체험’했다. 유학은 공부하러 가지만 교환학생은 미국을 체험하러 가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기를 원한다면 미리 그것에 대해 알고 가는 것이 훨씬 현지 적응과 활용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책은 2부로 편집됐는데 1부는 김성준 학생의 시시콜콜한 교환학생 체험기다. 2부는 신은미 씨의 엄마표 영어에 대한 모든 노하우를 풀어놓았다. 절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엄마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한다.

◇땡큐, 맘=김성준, 신은미 공저. 모아북스 펴냄. 260쪽. 1만5000원.

최보기북칼럼니스트 shinh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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