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유커들은 잠실라인에서 카지노· 쇼핑 삼매경

서울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사진제공=뉴스1

#지난 25일 성형수술을 위해 서울을 찾은 중국인 후징 씨(32세, 가명). 그는 마스크를 한 채 강남구 삼성동 '세븐럭' 카지노에서 최소 베팅액만 300만~400만원에 달하는 블랙잭 삼매경에 빠지기도 하고, 잠실 롯데월드몰 에비뉴엘관에서 2000만원어치 명품 쇼핑에 나서기도 한다. 귀국 하루 전 그는 서울 전경을 보기 위해 99만원짜리 헬기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여행객 큰 손들의 관광 코스가 서울 명동이나 동대문에서 잠실·강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명동·동대문이 단체 패키지 관광객의 주 무대라면 잠실·강남 라인은 의료 관광이나 카지노를 즐기려는 부유층들이 즐겨 찾는다.

서울헬기관광 /사진제공=블루에어

◇관광 헬기 고객 98%가 유커…럭셔리 관광코스 봇물

잠실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관광헬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의 98%가 중국인 여행객(유커)이다. 월 평균 900~1000명 정도의 유커가 헬기에 올라탄다. 관광헬기를 운영하는 블루에어 관계자는 "잠실 일대를 둘러보는 24만원짜리 무역센터코스부터 돈 많은 유커들은 99만원짜리 팔당댐코스까지 즐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고객들이 늘면서 블루에어는 내달 5인승 헬기 1대를 추가하고, 내년에는 2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헬기 관광 외에 중국인 부자들을 상대로 부산 요트관광과 제주 해녀체험 관광 등도 인기다. 산천어축제와 스키축제 같은 지역 축제까지 둘러보려는 중국인들도 상당수다.

서울헬기관광을 즐긴 중국 광림성 총경리 일행 /사진제공=블루에어

◇카지노 즐기는 유커들로 세븐럭 강남점 들썩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서울 명동 힐튼점과 강남점 두 지점을 가동하고 있다. 고객수는 힐튼점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1인당 베팅액은 강남점이 단연 높다. 그만큼 강남을 찾는 유커 큰 손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강남점 세븐럭 3층에 자리잡은 7개의 VIP룸에는 1회 베팅액만 700만~1억원에 달할 정도다.

GKL 관계자는 "점점 늘어나는 유커들을 위해 게임 테이블에 중국어를 병기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1000만원짜리 붉은색 칩도 따로 만들었다"며 "중국 담당 마케팅팀도 최근 2개팀으로 늘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GKL은 2015년말 임대 재계약시 강남점을 현재 3개층에서 5개층으로 넓힐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 카지노'도 고객 중 중국인 비중이 80%로 높아지며 이들을 응대하는 직원들만 1000명이 넘는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부자들이 많이 사는 중국 동부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은 베팅액이 수억원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의 VVIP룸/사진제공=그랜드코리아레저(GKL)파라다이스의 '워커힐 카지노' 입구/사진=김유경기자

◇강남 유명 백화점, 성형관광 유커들의 '성지'

10월 초 중국 국경절 연휴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쩡요우핑(40, 가명)씨는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에서 '버킨백' 등 1억7000만원어치 명품을 샀다. 무역업을 하는 그는 수시로 한국을 드나드는데 그때마다 현대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긴다. 명동 백화점들보다 한결 여유 있게 쇼핑을 즐길 수 있고 상품구색도 더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압구정동 일대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즐긴 유커들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마스크를 한 채 쇼핑을 즐기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되다시피 했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도산대로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에는 성형외과만 70여개에 달하는데 유커 손님들이 상당수다. 이들은 성형수술을 마친 후 강남 백화점은 물론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명품 쇼핑을 즐긴다.

이렇다보니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아예 압구정동 W성형외과 등과 제휴를 맺고, 성형 관광을 온 유커들에게 1대1 맞춤형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자료=각사,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최근에는 강남을 찾는 유커들에게 잠실 제2롯데월드(롯데월드몰)가 또 다른 성지로 뜨고 있다. 이중에서도 명품이 몰려있는 에비유엘 월드타워점이 단연 화제다. 롯데월드몰은 설계 당시부터 유커들을 유치할 목적으로 대형 버스 107대를 한꺼번에 주차할 수 있는 버스 주차장을 별도로 만들었다.

유커들이 특히 좋아하는 초고가 명품시계 '바쉐론 콘스탄틴'은 물론 '패트리모니', '트레디셔널' 같은 화려한 시계들도 대거 입점시켰다. 중국인 매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롯데백화점 까르띠에는 '러브컬렉션'과 '팬더컬렉션' 등 주얼리 라인과 발롱블루 컬렉션 등 고급 시계라인을 유커들을 위해 전면에 배치했다.

김유경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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