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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S 스토리] "'나홀로 집에' 케빈은 무기징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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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와 법감정 사이 대한민국은 고민중

세계일보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사람을 죽였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새벽 3시에 건장한 남성 5∼6명으로부터 쇠파이프로 집단폭행을 당하다가 전기충격기로 역공격해 다치게했다면? 강도의 쇠파이프를 빼앗아 반격을 했다면? 우리나라 법원의 판단은 명료하다.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다. 법원은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방위행위를 넘어서 보복적인 가해행위로 번지는 것을 금지한 법리 탓에 ‘당혹스러운 판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새벽에 집에 침입한 50대 도둑을 때려 뇌사 상태에 빠뜨린 20대 청년에게 실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을 두고 법리와 법감정 사이의 해묵은 논쟁이 재연하고 있다.

법원이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니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한 네티즌은 “영화 ‘나홀로 집에’ 꼬마 주인공 케빈이 도둑 2명을 무참히 혼내주었는데, 한국법 테두리에서 그는 무기징역감”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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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홀로 집에`의 한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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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법원은 이런 지적에 대해 원칙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법원은 법리를 도외시하고 선처할 경우 정당방위를 빙자한 보복행위가 만연할 수 있다고 반론을 편다. 정당방위 요건을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에서는 정당방위를 명분으로 상대방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법원 측은 개별 사건을 놓고 보면 억울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법리 판결’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안정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눈여겨보라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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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는 “원칙대로”를 강조하는데 법감정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럴 수가”에 무게를 둔다. 법리가 법감정을 바꾸기도 하고, 법감정이 법리를 바꾸기도 한다. 이른바 ‘부부 강간죄’는 개인의 성적 결정권을 중시하는 판결이 쌓여가면서 국민의 법감정을 바꾼 사례로 볼 수 있다. 어떤 것이 우선시돼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정답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둘 모두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정의’라는 데는 차이가 없다. 한 법원 관계자는 “법감정과 법리 어느 쪽도 도외시할 수 없는 가치”라면서도 “무작정 감정에 휩쓸려 재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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