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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회사돈 446억으로 도박·사채… 모뉴엘 대표의 6년 사기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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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조사로 박홍석씨 사기 드러나

카드 대금 내고 별장까지 구입… 수출단가 3조2000억 뻥튀기도

조선일보

연매출 1조2000억원을 자랑했던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 대표 박홍석(52·사진)의 황당한 사기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1일 박씨 등을 검찰에 고발한 서울세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씨는 모뉴엘의 회사 돈 중 446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뒤, 돈세탁 과정을 거쳐 120억원을 국내로 다시 들여온 다음 카지노 도박 자금(40억원), 제주도 별장 구입(16억원), 주식투자·부인 명의 커피숍·연예기획사 투자(44억원), 신용카드 대금(39억원), 개인 빚 상환(25억원) 등에 썼다.

또 나머지 돈은 수출 서류를 위조하는 데 협조한 홍콩 현지인 등을 매수하고,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사채놀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가족용 주택(10억원)을 구입하기도 했다.

박씨의 사기 행각은 2000년대 후반 주력 제품이었던 홈시어터 PC(TV와 오디오 등을 결합한 가정용 영상·음향 장치) 판매가 부진에 빠지면서 시작됐다. 2009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홈시어터(HT) PC 120만대를 제조해 3조2000억원가량에 수출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 한 대당 8000원~2만원짜리 홈시어터 제품을 250만원(약 2350달러)짜리 제품인 것처럼 부풀리고, 홍콩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 등지로 수출한 것처럼 수출 서류를 위조했다. 서울세관 진운용 특수조사과장은 "홍콩 공장은 평소에는 멈춰 서 있었지만, 회계법인이나 금융회사에서 현장 조사를 나올 때는 현지인 30여명을 투입해 공장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렇게 위조한 수출 채권을 금융회사에 할인 판매하고 자금을 확보해, 은행 등에서 빌린 대출금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결제하는 '돌려막기'를 했다. 현재 모뉴엘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6745억원에 달한다. 서울세관은 금융권 대출금 대부분을 위장 회사를 운영하면서 탕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진운용 과장은 "박씨가 국내 금융권 인사 등에게 로비 자금을 제공했는지는 앞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와 부사장, 재무이사 3명은 구속됐고, 범행에 가담한 모뉴엘 자금 팀장 등 13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세관 한성일 조사국장은 "모뉴엘의 주력 제품인 홈시어터 PC는 2000년대 후반 유행이 지나간 제품인데도 금융회사들이 가전 시장의 상황이나 물건 값이 얼마인지도 전혀 모른 채 허위 서류에 속아 넘어간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나타나 "억울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다음에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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