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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문재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이재오 "중대선거구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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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 정개특위 즉각 가동"

이완구 "현안 많아 정기국회 뒤에"

"비례대표 줄이자 ? 의원수 늘리자 … "

지역구 기득권 유지 꼼수 벌써 돌아

헌법재판소(헌재)가 국회의원 지역구 간 인구편차 비율을 3대 1에서 2대 1로 줄이라고 결정하면서 정치권이 소란해졌다. 전국 254개 선거구 중 조정대상 선거구가 62곳이나 되다 보니 300명 의원 대부분의 관심사가 됐다. 반면 당별로 움직임은 달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분주해졌다. 전날(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의 공론화”를 요구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31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를 하루빨리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개특위를 제안했다”며 “헌재에서 선거구 획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까지 했으니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개특위를 구성하자는 건 선거구 획정뿐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 등까지 논의하자는 의미다.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은 새정치연합으로선 이번에 개헌 논의를 확산시키거나 중대선거구 도입 논의를 촉진하는 기회로 활용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승자 독식의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하고 지역의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며 “현재 논의되는 정치개혁의 최우선 과제도 이게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영·호남 등 권역별로 비례대표 명단을 미리 만든 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전국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현 제도와 달리 여야의 열세 지역에서도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정세균 의원도 “모든 방안을 투명하게 논의하는 제3자적 기구가 필요하다”며 “헌재 결정을 기회로 지역패권주의를 극복하고 민심을 반영해 선거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신중한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가 개헌론을 놓고 청와대와 파열음을 낸 뒤 적어도 여권 내에선 개헌을 언급하는 건 금지어가 되다시피 했다. 그런 만큼 헌재 결정을 둘러싼 논의가 확산될 경우 개헌론으로 확산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로 어수선하다. 차분하게 이 문제가 어떻게 될지 의원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정기국회 중에 정개특위를 굳이 만들자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정개특위 구성 방식과 절차 등은 정기국회 이후에 논의하자”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때가 되면 늘 나오는 흘러간 옛 노래”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다만 새누리당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개헌론을 주창했던 이재오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기회에 소선거구제도를 중대선거구로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소선거구제는 (국회의원이)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과 구별이 안 된다”며 “국회의원이 국정에 전념하려면 지방자치는 지방의원에게 넘겨야 한다”고 했다.

논쟁의 판을 벌리려는 야당과 논쟁의 판을 벌리지 않으려는 여당 간 입장 차는 이처럼 뚜렷했다. 하지만 의원들 간에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다양한 해법을 놓고 백가쟁명식 논의가 시작됐다.

이런 상황을 틈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역구를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줄여 ‘자리’를 보전하거나 아예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논의다.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현재 의석수가 유지된 게 30년이 넘었다”며 “인구 증가 등을 감안하면 의석수를 늘릴 때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선거구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던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국민 정서상 의원 정수를 늘리는 건 어렵다. 차라리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논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경희사이버대 안병진(미국학) 교수는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은 개악(改惡)”이라며 “오히려 비례대표를 늘리는 추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 김용철(정치학) 교수도 “비례대표를 줄이면 여성의 정치 참여나 의원들의 전문성 보완이 어려워진다”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태화·김경희 기자

강태화.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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