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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세월호 200일]“몸 힘든 게 가슴 아픈 것만 할까…” 잠수사 6135명 200일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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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의 계절 동안 3072번 잠수… 우리는 오늘도 바다에 몸을 던진다

지난 30일 세월호가 가라앉아 있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바다의 풍랑이 거세지자 잠수사 30여명을 태운 바지선 88호와 보령호가 피항 준비를 서둘렀다. 새벽 한 차례에 이어 오후로 잡혀 있던 수색이 궂은 날씨로 취소됐다. 바지선 한쪽에는 ‘당신은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입니다’라는 빛바랜 현수막이 실종자 9명의 사진과 나란히 붙어 있었다.

잠수사들은 이 해역에서 약 200일간 사투를 벌여왔다.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연인원 6135명의 잠수사가 3072차례 수색에 나섰다. 30명이 2인1조로 매일 한 차례씩 수색에 나선 셈이다.

경향신문

잠수사 정경완씨(42)는 며칠 전 아들 정인군(7)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보고 싶은 아들, 어제 꿈에 아들이 보이더라. 조금만 기다리거라. 차가운 곳에 있는 형아들을 다 찾아낸 뒤 아빠를 볼 수 있을 거야. 엄마 말 잘 듣고.’

사고 발생 9일 후 수색에 참가해 중간에 일주일을 빼곤 줄곧 바다를 지켜왔다는 정씨는 “온몸이 저리고 간혹 마비 증세도 있지만 시작한 일이니 실종자들을 모두 찾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수색으로 잠수사들의 사기가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잠수사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수색작업이 사실상 어려워져 수색 종결을 검토하고 있던 참에 실종자를 찾아냈다”면서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집에 돌아갈 기약이 멀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수색 여건이 악화되고, 병치레를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어 겨울철 수색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맹골수도의 조류는 험악하기로 유명하다. 줄을 잡지 않으면 산전수전 다 겪은 잠수사들도 순식간에 물살에 휩쓸려갈 수 있어 매번 죽음과 맞선다는 각오로 바닷물에 뛰어든다고 한다.

잠수사 안길필씨(42)는 “컴컴한 밤바다의 거센 물살을 헤치며 더듬더듬 길을 찾아 수색을 벌일 때는 복잡한 격실 속에서 길을 잃기 일쑤”라며 “사고 위험 때문에 두 명이 1조로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잠수사 2명이 수색활동 도중 숨졌고, 97명이 입원치료를 받았다. 수심 깊은 곳에 잠수할 경우 체내 질소가 관절 쪽을 통해 배출되면서 관절 신경계를 건드려 회전근개라고 부르는 어깨근육이 파열되거나 마비된다. 5㎏ 무게의 밴드마스크, 헬멧을 쓴 채 좁은 격실을 뒤지느라 목 디스크에 걸린 이도 적지 않다. 부서진 선체의 날카로운 곳에 찔리는 경우도 많아 파상풍 주사를 맞고 잠수해야 한다.

하지만 입원치료는 마음대로 하기가 어렵다. 민간구조업체와 치료비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잠수사 김모씨는 “정부가 수색업체와 계약을 해 수색이 이뤄지지만 업체는 수익을 따지기 때문에 잠수사들의 입원치료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비참한 사고현장을 오랫동안 목격했던 잠수사들은 정신적으로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언딘에서 수색활동을 벌였던 잠수사 조준씨(54)는 “사고 발생 초기 선체 유리창을 깨자 둥둥 떠 있던 실종자 5명이 한꺼번에 밖으로 솟구쳐 나오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수색현장을 떠나온 지 4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눈만 감으면 당시 잔상이 떠올라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현장 책임자인 황대식 해양구조본부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수색 환경 속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잠수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 |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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