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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실적부진 電·車 등 수출기업 `엎친데 덮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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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엔저 공포 ◆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인 국내 수출업계도 엔저 쇼크로 비상이 걸렸다.

일본 중앙은행의 예고 없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 중인 우리나라의 전자, 자동차, 철강 등 대표적인 수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 자동차 등 국내 대표적인 수출 기업들은 환리스크 관리전략을 강화하고 내년 이후 생산지역 다변화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자업계의 경우 지난 3분기(7~9월) 생활가전 분야에서 급격한 실적 둔화를 겪었고, 가장 큰 원인으로 환율 영향을 꼽고 있다. 특히 엔화 약세로 인해 북미, 유럽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고, 프리미엄 제품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일본 경쟁제품에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리스크 헤지 등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고 스마트폰 등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내년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에서의 생산보다는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국이나 동유럽, 중남미, 동남아 등 신흥국에서의 생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반기 들어 실적 브레이크가 걸린 자동차 업계도 일본차 업계의 대대적인 판촉공세로 고전하고 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엔저 추세를 등에 업고 올 상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대대적인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구매력이 부족했던 신흥시장까지 적극 진출하며 현대·기아차 등 한국차 업체들의 현지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차 업체들은 올 하반기 들어 국내 시장에서도 캐시카이(닛산), 신형 캠리(도요타) 등 신차 출시와 인센티브 공세를 벌이며 한국 자동차 업계의 텃밭을 위협하고 있다.

정유, 조선, 철강업종은 기본 결제 통화로 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엔저의 영향은 크게 받지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철강업계는 “국내 철강 수요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엔저로 인해 일본산 철강재 수입마저 급증하면서 어려움이 증폭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 3차례 엔저 파동을 겪으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춘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하지만 환선물이나 옵션 등 환리스크 관리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일본의 기습적인 추가 양적완화와 이에 따른 급격한 엔저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엔화 약세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피해신고 및 지원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채수환 기자 /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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