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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서아프리카 27년 독재자, 민주화 시위에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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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연장 개헌작업 반발 커

콩파오레 대통령 전격 사퇴

서아프리카 대표 빈국인 ‘부르키나 파소’가 극도의 정국 혼돈에 빠졌다. 1987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27년 동안 장기집권했던 블레즈 콩파오레 대통령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굴복해 31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하자 이번엔 군부가 과도정부를 이끌겠다고 나섰다. 시위대는 완전한 민주화를 이룰 때까지 계속 반정부 시위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세계일보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 대통령궁은 이날 현지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콩파오레 대통령이 사퇴했다”며 “90일 내 자유롭고 투명한 선거를 치르자”고 촉구했다. 군 고위 간부도 이날 수도 와가두구 도심에 모인 수만명의 시위대에게 “콩파오레 대통령이 축출됐다”고 확인했다. 콩파오레 대통령이 삼엄한 경비 속에 남부 가나 접경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전언도 잇따랐다.

이번 사퇴 발표는 콩파오레 대통령의 집권 연장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이어진 가운데 나왔다. 집권당이 장악한 부르키나파소 의회가 내년 11월로 임기가 끝나는 콩파오레 대통령의 5선 연임을 가능케 한 헌법 37조 개정을 처리하려 하자 수만명의 시위대가 의사당과 정부 청사, 국영 TV방송국 등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는 등 개헌 저지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섰다.

앞서 부르키나파소 군부는 와가두구 군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의회 해산과 함께 과도정부 수립을 선포했다. 오노레 트라오레 육군참모총장은 “모든 정치세력과의 협의를 위해 과도정부가 설치될 것이며 헌법적 질서는 12개월 안에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콩파오레 대통령이 민주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시위대는 대규모 퇴진 운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콩파오레 대통령의 전격 사퇴 소식을 들은 시위대의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트라오레 총장이 “과도정부 체제 하에서 국가수반으로서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사실상 정권승계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트라오레 총장은 콩파오레의 심복일 뿐”이라며 또다른 야권 지도자가 국정 책임을 맡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시위는 2011년 중동과 북부 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이후 3년 만에 일어난 반정부·민주화 시위다. 뉴욕타임스는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독재자를 몰아낸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BBC방송은 “미국과 프랑스는 사하라 주변 대초원지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와 싸우기 위해 부르키나파소를 작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며 부르키나파소 정정불안이 서방의 대테러전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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