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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신해철 사인 논란’ 위밴드 수술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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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가수 신해철 씨가 지난 27일 밤 46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다. 신씨는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원인을 찾기 위해 장 협착으로 수술을 받은 부위를 개복해 응급수술을 받았다.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는 신씨 사망과 관련해 “의료진이 사인을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앞서 소속사는 “의료진이 부어오른 장(장 협착)으로 인한 심장압박이라는 소견을 냈지만 장 상태가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해 근본적인 사인이 2009년 받은 위밴드 수술인지, 아니면 2012년 받은 담낭제거술인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외과 전문의에 따르면, 복부(배)수술은 거의 대부분 장 협착이 발생한다. 장 협착을 방치하면 음식물이나 대변이 내려가지 않아 배가 부풀고 장이 터질 수도 있다.

신씨와 비슷한 병력을 가진 환자를 치료했던 한 외과의사는 위밴드 수술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위밴드 수술로 밴드를 너무 꽉 조이면 음식물을 토하는 경우가 잦는데, 이럴 경우 위밴드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수술을 하게 된다.

위밴드를 풀면서 밴드가 남긴 흉터 자국을 다듬는 과정에서 미세한 천공(구멍이 뚫림)이나 장 유착이 발생할 수 있다. 미세한 천공은 위로 넘어온 음식물이 조금씩 누출되어 복막염이나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위밴드 수술을 받는 사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위밴드 수술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신씨는 위밴드 수술을 5년 전에 받았고 위와 소장의 장기 위치가 떨어져 있어 위밴드 수술 때 장 천공을 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지난달 17일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는 사실이다.

위밴드 수술은 위와 식도가 이어지는 위의 최상부를 의료용 실리콘 밴드로 묶어 또 하나의 작은 위를 만들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시술이다. 만약 포만감을 느껴도 계속 먹게 되면 음식을 토하거나 체한 듯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통증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위밴드 수술을 하면 더 먹으려 해도 먹을 수가 없다. 위밴드 수술은 체중을 약 40% 감량해준다.

위밴드 수술은 위절제술, 위우회술과 함께 시행되는 대표적인 비만대사수술로 위를 직접 절개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고 회복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밴드 수술은 세계적으로 50만명 이상이 시행했고 국내는 한 해 약 1000명이 시행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위밴드 수술은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으로 나눈 값)를 기준으로 BMI 35 이상의 고도비만이거나 BMI 30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제2형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키 170㎝, 몸무게 100㎏ 이상이거나 키 170㎝, 몸무게 86㎏이지만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위밴드 수술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위밴드 수술은 위밴드라는 장치를 배 안에 넣는다. 위밴드 수술에 사용하는 위밴드 한쪽 끝에는 링 모양의 실리콘 풍선밴드가 달려 있고 다른 한쪽에는 포트가 달려 있다. 밴드와 포트는 가느다란 실리콘 호스로 연결되어 있다. 배꼽 부근을 1.5㎝ 정도 절개하여 위밴드를 돌돌 말린 상태로 배 안에 집어넣고 밴드가 달린 부분은 위 윗부분에 설치하고 아래 포트 부분은 배근육 쪽에 숨겨놓으면 끝난다. 수술은 개복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5㎜의 작은 구멍 2~3개로 이뤄진다. 위밴드 수술은 1990년대 후반까지 개복수술로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복강경 수술이 발달해 배꼽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 도구를 넣어 수술한다.

위밴드 수술은 이전보다 훨씬 안전해졌지만 수술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미국 의료계에 따르면, 위밴드 수술의 치사율은 2000명당 약 1명꼴이다. 약 0.05%에 해당한다. 위밴드 수술 후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과 구토다. 이들 증상은 꽉 조인 위밴드를 풀어주면 상당 부분 줄어든다. 또한 수술환자의 약 10%에서 밴드 부적응증, 상처 감염, 미세 출혈과 같은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위밴드 수술은 음식물 섭취가 급격하게 줄면서 위우회술보다 훨씬 적게 발생하지만 비타민 결핍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위밴드 수술은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비만환자들까지 미용 측면에서 위밴드 수술을 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위밴드 수술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허윤석 대한비만대사 외과학회 부회장(인하대병원 외과 교수)은 “위밴드 수술을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하면 불필요한 수술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보험이 안 되는 유일한 나라여서 학회가 가이드라인을 권고해도 일선 현장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윤석 교수는 이어 “고도비만은 이제 중증질환에 속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이유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위원들이 술 끊고 소식하면 얼마든지 살을 뺄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도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심혈관계질환, 수면무호흡증, 관절염, 우울증 등 다양한 합병증의 직간접적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각종 암의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비만과 관련된 사망률은 18.2%나 된다.

위밴드 수술은 관리 및 의료진의 정기적인 진료가 중요하다. 위밴드 수술 후 이전처럼 과식을 하게 되면 식도확장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이고 이전의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도 자제해야 한다. 조민영 서울365mc 고도비만병원장은 “이전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한다면 아무리 위밴드 수술을 받았다 해도 비만 치료에 성공할 수 없다”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권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비만클리닉 교수는 “위밴드 수술을 받으면 음식 조절이 이전보다 쉽게 된다는 것이지 수술 자체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고 안 좋은 생활습관도 교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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