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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모뉴엘 3조2000억 사기대출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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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를 신청해 파장을 일으킨 벤처기업 '모뉴엘'의 사기 수법은 치밀했다. 은행이나 회계사무소 실사가 있을 땐 홍콩 소재 위장 조립공장에 현지인을 긴급 고용해 조립 라인을 분주하게 돌아가도록 연출했다. 수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8000원짜리 제품을 250만원짜리로 부풀렸고 만기 대출을 갚기 위해 위장 수출입을 반복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모뉴엘이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은 3조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조2000억원 사기대출 어떻게

10월 31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3조원대의 제품을 허위수출한 혐의(관세법 위반) 등으로 가전업체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관련자 13명을 불구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씨 등 3명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대당 8000~2만원에 불과한 홈시어터PC 수출 가격을 120배인 약 2350달러(약 250만원)로 부풀린 뒤 여기서 생긴 허위 수출채권을 은행에 제출해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150∼180일의 대출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위장 수출입을 반복해 대출금액을 갚는 수법을 썼다.

조사 결과 박 대표는 지난 2007년 홈시어터PC의 재고가 쌓이며 자금난을 겪자 수출 가격과 실적을 조작해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표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 6년간 외환은행 등 국내 10여개 은행에서 총 3조2000억원을 대출받았고, 현재 상환하지 못한 금액은 6745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실제로 가공공장이 있는 것처럼 홍콩에 100만달러를 투입해 창고와 위장 조립공장도 마련하고 실물 이동 없이 가짜 운송장을 만들어 이를 은행에 제출했다.

서울본부세관은 "홍콩에서 허위의 내륙 운송장을 만들어 이를 은행에 제출하는 등 허위 매출의 76%를 해외에서 발생시켜 당국의 감시망을 최대한 피하는 수법을 썼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하청 조립공장에 신형 부품을 갖춘 전시용 제품 30여대를 준비해 실제 거래되는 제품인 것처럼 위장했다고 세관 측은 설명했다.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기업 잘만테크를 통해 2012년 3월 12일부터 지난 6월 19일까지 76차례에 걸쳐 홍콩에서 이런 허위수출로 8800만달러(약 927억7000만원)를 위장 수출하게 한 사실도 적발됐다.

잘만테크는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박 대표가 전체 지분의 64%를 가진 대주주다. 잘만테크의 대표이사는 박홍석 대표의 동생인 박민석씨다.

한성일 서울세관 조사국장은 "허위 수출 대부분을 해외에서 발생시켜 당국의 감시망을 피했고, 홍콩에 위장 조립공장을 만들어 회계감사나 은행의 실사에 대비해 일련의 범죄가 장기간 적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5∼10%에 이르는 과도한 커미션을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대외 신뢰도가 높은 해외 대기업과 거래했다"면서 "국내 금융기관이 외형적 실적에 의한 여신한도 부여나 수출채권 서류의 세밀한 검토도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비자금 어떻게 썼나

박 대표는 위장 수출로 대출받은 자금 중 자신이 운영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송금한 뒤 빼돌리는 수법으로 466억원의 개인 비자금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이 가운데 239억원은 브로커 로비 자금 및 현지 대여에 사용했고, 23억원은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중국 공장을 인수했다. 아울러 10억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가족용 주택을 구입하는 데 썼다. 이 중 120억원은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 자금세탁 후 국내로 반입했다. 박 대표는 국내로 들여온 120억원과 회사에서 차입한 64억원을 합친 184억원을 개인적 용도로 썼다. 먼저 40억원가량은 국내외 카지노에서 도박 자금으로 썼다. 아울러 △제주도 초호화 별장 구입(16억원) △주식·연예기획사 투자 및 부인 명의 커피숍 인수(44억원) △신용카드 대금 납부 및 가족 생활비(39억원) △개인 채무 및 대여금 변제(25억원) 등에 사용했다.

■모뉴엘 후폭풍 '일파만파'

박 대표의 구속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모뉴엘의 경영정상화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은 보전 처분과 함께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고,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현장 검증도 진행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모뉴엘 측에서 관련 자료를 대부분 제출한 상태"라면서 "법정관리 개시 여부는 신청 후 1개월 안에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검토할 것이 많아 정확한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표 구속과 검찰 수사과정도 검토하는 부분 중 하나지만 결정적인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자회사인 잘만테크도 법정관리 신청설에 휘말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전일 잘만테크에 법정관리 개시 신청설과 관련해 사실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주권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에 대해 잘만테크는 "기업회생절차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잘만테크는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이 알려진 지난달 22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추락했다. 여기에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대출금도 연체했다. 잘만테크 측은 "외환은행 대출금 30억원과 관련해 최대주주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한 기한이익 상실로 차입금 상환요청이 있었지만 미상환으로 연체가 발생했다"면서 "하나은행 대출금 31억6300만원과 관련해 상환요청이 있었지만 미상환으로 인해 연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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