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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장성택 처형 주도한 김경옥 숙청설..."김정은, 최룡해 시켜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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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김경옥 노동당 중앙지도부 제1부부장을 숙청하는 데 앞장서면서 북한 내 2인자 위치를 공고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옥은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김정은의 최측근이어서 사실상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연구기관인 NK지식인연대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옥이 이달 초 평양시내 자신의 아파트에서 호위국 장교들에 의해 체포됐으며, 김정은이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이용해 김경옥을 숙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NK지식인연대는 또 김경옥이 체포된 지 며칠 후에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바로 김경옥과 그 측근들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북한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는 김정은이 잠행하던 기간인 지난 6일 노동당 간부 12명이 총살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경옥은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로부터 부탁을 받고 오랫동안 김정은의 후계구도를 다져온 김정은의 최측근이다. 여러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2009년 3월 김정은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김정은이 장성택을 숙청했을 때도 김경옥이 핵심 참모로 작전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김경옥이 장성택처럼 되는 것을 두려워한 김정은이 최룡해를 이용했을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잠행한 40일 동안 최룡해가 김경옥을 몰아내고 당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NK지식인연대는 김정은이 김경옥을 쳐낼 인물로 최룡해를 지목한 이유에 대해선 “최룡해에겐 별도의 조직이 없는데다, 그가 욕심이 없다고 여겼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최룡해는 현재 당 권력의 핵심인 중앙위원회 본부당 책임비서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본부당 책임 비서는 당 중앙위원회 구성원들의 조직생활과 사상 생활을 틀어쥐고 감시·통제하는 역할이라고 NK지식인연대는 밝혔다.

최룡해가 김경옥을 몰아내고 북한 내 2인자의 위치를 공고히 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29일과 30일 이틀 연속 최룡해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보다 먼저 호명했다. 또 김기남 당 선전비서보다도 호명 순서가 앞서 있다. 최룡해의 기존 직책인 근로단체 비서로는 김 선전비서보다 앞서 호명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룡해가 당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직비서’는 김정일과 김경희 등 ‘백두혈통’만이 독점해온 자리로, 당의 모든 사업을 총괄하면서 간부들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막강한 직책이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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