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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지구의 물' 알려진 것보다 1억3천만년 더 이전부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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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운석의 성분 분석으로 규명

[CBS노컷뉴스 감일근 기자]

노컷뉴스

초기 태양계의 모습.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화성 등의 초기 행성들이 형성되고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물은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1억3천5백만년 더 이전부터 이미 지구에 존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초기 지구는 지표면에 물이 존재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지구 근처에 있던 바위덩어리들 속에 물의 성분들이 보관돼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또한 당시 지구 내부에도 물의 성분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이끈 미국 메사추세츠주 우즈 홀 연구센터(Woods Hole Research Center) 아담 사라피안 박사는 “이번 연구는 태양계 내부에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연구의 결정적인 단서는 베스타 소행성 벨트에서 온 운석의 내부였다.

베스타는 목성과 화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들로 이뤄진 벨트이다. 베스타에서 온 운석들은 마그마가 식어서 만들어진 검은 돌덩어리로 포도 알 크기만 한 것들이 많다. 남극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운석이다.

이전 연구에서는 이들 운석에서 물이나 물을 구성하는 성분들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 운석들의 분자성분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상당 량의 수소와 산소 분자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태양이 생기고 주변에 고체의 천제들이 생기기 시작한 1천5백만년 후, 지금으로부터 약 45억년 전 물은 태양계 외곽의 차가운 지역에서만 존재했다. 지구와 베스타가 있는 태양계의 안쪽에서는 높은 기온과 태양풍이 수증기를 태양계 외곽으로 내쫓아버렸다.

이후 40억년 동안 우리 지구는 성장하고 변해온 반면 베스타는 얼어붙은 채로 남아 있었다. 사라피안 박사는 “베스타가 마치 지구가 처음 만들어질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정지사진과도 같다”고 말한다.

베스타는 같은 이유로 지구와 같은 화학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일례로, 이전 연구를 통해 베스타에서 발견된 질소는 지구의 것과 같은 기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태양이나 혜성과 같은 태양계의 일부 천체들은 다른 화학적 특징을 갖는다.

이번 연구에서 베스타와 지구는 물의 원료인 수소의 화학적 특징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베스타의 운석에서 발견된 수소의 역사가 지구와 동일하고, 따라서 수소 성분을 함유한 이 운석의 나이를 분석하면 지구에서 물이 존재했던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달도 베스타처럼 지구와 같은 화학적 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에 지구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한다. 이 점을 이용해 과학자들은 달의 바위에서 발견한 물의 흔적을 근거로 생명체를 유지해 주는 액체 상태의 물이 태양 탄생 1억5천만년 후부터 이미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내부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이 이번에 분석한 베스타의 운석 샘플은 달의 샘플보다 1억3천5백만년이나 더 앞섰다. 즉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억3천5백년 더 앞서 지구에 물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사라피안은 지구의 물 존재 시기와 관련해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태양이 탄생한 후 1억5천만년은 태양계 내부가 그 이후에 비해 훨씬 뜨겁고 불안정한 상태였다. 지구는 주변에 떠다니던 소행성 등의 부스러기들이 떨어지면서 끊임없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달도 이 과정에서 지구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대규모 충돌과 고온 등의 영향으로 수소가 증기로 변해 우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물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런 기존 학설을 뒤엎는 것이다. 태양 탄생 후 1천5백만년이 된 시점에도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내부에 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라피안 박사는 당시 “행성들이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소량의 물을 붙잡고 있었고 이는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지구의 물이 목성 근처 얼음 천체들로부터 왔다는 학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거대 가스천체 목성이 돌덩어리와 얼음을 안쪽으로 내던지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목성은 물이 액체나 고체로 압축되는 기온의 경계를 의미하는 ‘스노우 라인’ 밖에 위치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라피안 박사는 지구 물의 기원과 관련해 "그동안 목성 이후의 태양계 외곽에 있던 얼음 천체들이 태양계 안쪽으로 튕겨져 들어온 것이란 가설은 있었다"며 "다만 이를 입증할 데이터가 없었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이 가설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전문 학술잡지 사이언스 10월31일자에 실렸다.
stepha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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