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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포천에서 삐라 100만장 살포…경찰은 또 지켜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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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탈북자단체 오늘 새벽 비공개로 풍선에 띄워

현장 출동한 군·경은 단체 대표 신변 보호만


대북 전단(삐라)을 날려 북한군의 총격 사건을 불러왔던 탈북자 단체 대표가 31일 새벽 경기 포천에서 또다시 전단을 북쪽으로 날려보냈다. 경찰은 ‘비공개 살포’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0일 밤 10시께 전단을 날릴 장소에 도착해 준비를 한 뒤 31일 새벽 0시30분부터 2시30까지 비공개로 날렸다. 풍선 33개에 전단을 100만장 정도 담아 보냈다”고 했다. 전단을 날린 장소는 포천군 창수면 고소성리 도로로, 휴전선에서 20㎞ 정도 떨어져 있다. 전단에는 북한의 3대 세습 비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단장은 지난 10일 경기 연천에서도 전단 300만장을 날려보냈고, 이에 북한군이 초유의 ‘고사총 대응 사격’을 하면서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접경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경찰은 이 단장에게 배치된 ‘신변 보호’ 경찰관한테서 사전에 살포 계획을 보고받은 뒤 현장에 출동했지만 제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경찰과 군 등 차량 10여대가 출동해 현장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들이 내가 풍선을 날리는 것을 가로막지는 않았다”고 했다. 경기 포천경찰서 정보보안과 관계자는 “전단 살포 저지를 위해서 출동한 게 아니다. 통일부에서도 제재 근거가 없다고 하잖냐. 혹시나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충돌이 있을까봐 이씨의 신변 보호 차원에서 나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2008년부터 대북 전단 살포를 하는 이 단장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관을 배치해 ‘24시간 동행’하고 있다. 그가 2012년 포천으로 이주한 뒤부터는 포천경찰서가 이를 맡고 있다.

경찰의 이런 태도는 전단 살포를 막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5일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전단 살포를 놓고 보수 단체와 지역 주민 등이 충돌할 때도 경찰은 단체간 충돌만 막았을 뿐 전단 살포 자체를 막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달라’고 요청하자 “단속할 실정법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단 추가 살포 사실이 알려진 뒤 경찰청 보안2과 담당계장은 “우리는 대북 전단 살포를 사전에 파악한 적이 없다. 관련 단체를 일일이 따라다닐 수도 없는 일”이라며 살포 사실을 몰랐다는 식으로 잡아뗐다. 반면 경찰청 보안과장은 “사전에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반대 주민들과의 충돌이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이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삐라 살포에 대한 정부 입장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민간 단체가 삐라를 날리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고, 다만 신변 안전 우려가 있을 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2012년 10월과 지난해 5월에는 임진각 진입로를 차단해 전단 살포를 무산시킨 바 있다.

최현준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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