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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남편사진 목에 건 백발의 수험생 "별이 된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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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노컷뉴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만학도 김점선 씨

앞으로 2주 뒤쯤이죠. 11월 13일 목요일, 전국 6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일제히 중요한 관문을 통과합니다. 바로 201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입니다. 모두 다 같은 시험지에, 같은 문제로 시험을 봅니다만 시험을 보는 사람들의 꿈도, 사연도 모두 가지각색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볼 이 분 역시 아주 특별한 사연을 가진 수험생인데요. 사랑하는 남편의 사진을 가슴에 걸고 시험장에 들어갈 예정이라는군요.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지금부터 직접 만나봅니다. 김점선 할머님,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점선>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저는 수험생이라고 해서 18, 19살인 줄 알았는데 할머니세요.

◆ 김점선> 마음은 18, 19살 그대로입니다.

◇ 김현정> 그대로세요?(웃음) 그러면 몸 나이는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 김점선> 몸 나이는 68살입니다.

◇ 김현정> 보통 수험생들보다 한 50년은 늦으신 거네요?

◆ 김점선> 네, 그런 것 같습니다.(웃음)

◇ 김현정> 어떻게 도전하게 되셨어요?

◆ 김점선> 제가 어렸을 때는 시절이 어려울 때라서 많이 학교를 다니지 못했어요.

◇ 김현정> 학교는 어디까지 다니셨어요?

◆ 김점선> 초등학교밖에 못 다녔어요.

◇ 김현정> 그 시절에는 그런 분들 많으시죠.

◆ 김점선> 네. 그래서 계속해서 가슴에 남는 것이요.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그 마음을 품고 왔어요. 그런데 여의치 않아서 빨리 그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남편이 항상 60세가 넘으면 꼭 학교 보내주겠다고 그랬는데요. 그런데 60세를 넘을 때까지도 제가 하던 일을 놓지 못해서요.

◇ 김현정> 무슨 일을 하셨어요?

◆ 김점선> 조그마한 슈퍼를 했어요.

◇ 김현정> 슈퍼를 하시느라고. 60세 넘어서까지 놓지 못하시다가.

◆ 김점선> 65세에 딱 학교를 들어오게 됐어요.

◇ 김현정> 과감하게 슈퍼 일을 놓고요.

◆ 김점선> 네. 그때 중학교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할머님, 공부라는 게 마음은 굴뚝같아도 체력이 따르고, 머리가 따라줘야 하는 건데요.

◆ 김점선> 그렇죠.

◇ 김현정> 잘 되던가요?

◆ 김점선> 그렇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그렇지는 않습니까?(웃음)

◆ 김점선> 그래도 나이가 드니까 한문공부 하기가 쉬워요.

◇ 김현정> 반면에 제일 할머니 속을 썩이는 과목은요?

◆ 김점선> 역시 영어죠. 영어입니다.

◇ 김현정> 영어 쉽지 않죠.

◆ 김점선> 첫째로 발음이 안 되고요. 읽는 것도 어디서 어디쯤 띄어서 읽어야 하는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한 단어인지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처음에는요.

◇ 김현정> 잠깐 이거 한번 해 보실 수 있을까요? 자기소개 영어로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 김점선> '마이 네임 이즈 하이스쿨 김점선입니다.' 뭐 그렇게 해야죠. 지금 준비가 안 돼서…(웃음)

◇ 김현정> 잘하시네요. 마이 네임 이즈… 이거 하면 되신 겁니다.(웃음)

◆ 김점선> 그래요? 아침에는 인사가 굿모닝이고 오후에는 굿 애프터눈 이렇게 인사하고 오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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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 김점선 할머니 (본인 제공)


◇ 김현정> 잘하시네요. 그렇게 4년을 열심히 공부해서 이제 고등학생들처럼 수능시험을 치르게 되셨어요.

◆ 김점선> 네.

◇ 김현정> 그런데 수능시험장에 남편의 사진을 가지고 들어가신다고요?

◆ 김점선> 제 남편이 저를 공부시키고 기도하면서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를 중학교에 입학시키고 하나하나 시험에서 상을 받아 가지고 올 때마다 제가 남편 앞에 내놓습니다. 그러면 남편이 '오, 그래도 하네?' 이 정도로 칭찬을 해 줬어요.

◇ 김현정> 그러면 막 기분 좋고요?

◆ 김점선> 그 힘을 얻어서 제가 지금 다리가 많이 아픈데도 일찍 학교에 다니고 그랬는데요. 올해 1월 4일에요. 전날 저녁식사를 잘 하시고 아침에 그냥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잠결에. 그래서 정말 학교도 그만두고 싶고, 처음에는 온천지가 그냥 잿빛이었어요. 봄이 와도 꽃 색깔이 빨갛다, 노랗다 그걸 못 느끼고 재색 같았는데요.

그런데 남편의 뜻이 이게 아닌데 내가 슬퍼하고 이렇게 여기서 주저앉으면 남편이 절대로 좋아하지 않고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내 모습을 볼 텐데… 씩씩하게 떳떳하게 시험보겠다고 손을 들었고요. 수험표 뒷면에는 남편 사진 넣어 가지고 같이 걸고, 당신이 이렇게 공부하기를 원했으니까 지금 시험 보러 들어간다고 말하고 싶어서요.

◇ 김현정> 그래서…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렇게 공부하라고 옆에서 독려해주던 남편.

◆ 김점선> 네. 격려하고요.

◇ 김현정> 이렇게 수능시험까지 보게 됐는데 이 모습을 못 보고, 졸업하는 모습 못 보고 세상을 뜬 게 너무도 아쉬워서 그래서 사진을 가슴에 품고 가시는 거예요. 사실 우리 김점선 할머님이 시하고 소설도 쓰신다고요?

◆ 김점선> 부끄러워요. 쓰는 게 아니고 그냥 조금씩 장난스럽게.. 원래 제가 국문과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니까요.

◇ 김현정> 시, 소설 썼던 것 중에 혹시 할아버님 생각하면서 쓰신 것도 있어요?

◆ 김점선> 시가 아닌 그냥 글인데요. 밤하늘 별을 보면서. 제목은 ‘별을 보면서.’

◇ 김현정> 그거 잠깐만 읽어주실 수 있을까요?

◆ 김점선> 네. "그대여, 오늘 밤 나의 방 창문에 불빛 보이지 않아도 걱정하지 마시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려고 여기에 왔다오. 왜냐고 물으신다면 수많은 별 가운데 내 곁을 떠난 이가 있을 것 같아 나 여기에 왔소. 이 밤 지새워 그 별 찾아 여기에 안부 전해주고 고운 햇살 찾아와 별나라 소식 전해 들으면 나 집으로 가겠소. 나를 찾는 별을 보면서."

◇ 김현정> 그냥 보통 실력이 아니신데요.

◆ 김점선> 아니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 김현정> 뭉클했습니다. 아마 하늘나라에서 할아버님도 듣고 지금 흐뭇한 눈물 흘리고 계실 것 같은데요. 할아버님 사진 꼭 품고 가서 시험 잘 보시고요.

◆ 김점선> 네. 그럴 거예요.

◇ 김현정> 대학 졸업하시는 날 다시 한 번 연결하겠습니다.

◆ 김점선> 2년 후에 또 아름다운 목소리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오늘 고맙습니다.

◆ 김점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는 만학도 할머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김점선 할머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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