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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TF의 눈] '여전히 꾸준한' 차미네이터! 차두리의 은퇴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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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오른쪽)가 지난달 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천안종합운동장 =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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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광연 기자] 여러 차례 은퇴 의사를 내비친 차두리(34·FC서울)가 정말로 그라운드를 떠나게 될까. 본인 스스로 거의 결론이 났다는 말로 그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화끈한 피지컬로 시선을 끈 차두리다. 설익은 미완의 대기에서 이제는 여유로운 베테랑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스스로 정신적인 면에서 지쳤다고 하나 아직 꽤 많이 남은 '탁월한 로봇 기능'이 너무 아깝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 축구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차미네이터'다.

차두리는 30일 경기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전북과 경기 하루 전 기자간담회에서 "(은퇴와 관련해) 결론은 거의 났죠"라는 말로 올 시즌 종료 이후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축구는 육체, 정신, 마음이 하나가 돼야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준비가 안 된다면 모두에 짐이 된다. 아직 결론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은퇴하겠다는 확실한 의지의 표현이다. 은퇴하겠다는 발언은 아니지만, 다분히 은퇴를 고려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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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왼쪽)가 지난 7월 25일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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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차두리의 은퇴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차두리는 이미 지난달은 물론 시즌 중반에도 여러 차례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지난달 열린 우루과이와 베네수엘라와 A매치에 소집될 당시 "은퇴 시기에 정확히 말할 순 없으나 선수 생활 막바지에 대표팀 발탁이라는 선물을 받아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2년 10개월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것에 대해 감격스러운 말보다는 '은퇴'를 먼저 언급했다. 여기엔 노장으로서 대표팀을 향한 부담이 작용했다. 1980년생으로 우리 나이 35살인 차두리에게 한국 축구 최고 무대인 대표팀 합류는 곧 '최고 무대로 돌아온 만큼 계속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을 낳았을 것이다. 이미 은퇴는 그에게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됐다.

하지만 올 시즌 차두리가 보인 기량만 본다면 은퇴하긴 너무 아깝다. 특히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느껴질 정도다. 차두리는 올 시즌 리그 24경기에 나섰다. 아직 5경기가 남았다는 점에서 지난해 리그 30경기에 나선 것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꾸준히 소속팀 경기에 주전으로 나서 활약하면서 단단한 수비진 구축에 일조했다. 차두리의 힘을 얻은 FC서울은 올 시즌 리그 33경기에서 24실점 하며 20실점을 기록한 전북에 이어 리그 최소 실점 2위에 올랐다. 기량이 저하되기보다는 오히려 완숙미를 뽐냈다. 지난 9월과 이번 달 대표팀에서도 A매치 3경기에 나서면서 깔끔한 플레이로 "역시 차두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난보단 칭찬이 주를 이뤘다. 이용(28·울산)과 치열한 대표팀 오른쪽 풀백 경쟁을 펼치며 2015 호주 아시안컵 출전이 유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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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앞)가 지난 4월 23일 열린 베이징 궈안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최용민 기자


올 시즌만 반짝 활약한 것도 아니다. 꾸준한 플레이는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차두리는 2012~2013시즌 종료 후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변함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대표팀 발탁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직전에도 이어졌다. 차두리를 월드컵 본선에 데려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후 차두리는 지난 3월 그리스와 평가전을 앞두고 홍명보호에 승선했으나 햄스트링을 다치며 도중 하차했다. 월드컵 개막 전 몸을 회복했으나 홍명보호에 더는 탑승하지 못하며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 월드컵에 나섰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 3경기에서 6골을 내준 한국 수비진에 팬들은 '왜 차두리를 발탁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후 차두리는 오로지 실력으로 대표팀에 발탁됐고 나이를 잊은 플레이로 자신의 여전한 존재를 증명했다. 스스로 성장하지 못했다면 일어날 수 없을 일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2001년 11월 거스 히딩크(68) 감독에게 발탁되며 '신종 무기'로 뜬 차두리다. 독일에서 태어나 보통의 한국 선수와 달리 활발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더 관심을 끈 것은 아버지인 차범근(61) 전 수원 감독을 쏙 빼닮은 당당한 체격이었다. 대표팀 훈련에서 국가 대표 코치의 갈비뼈를 다치게 할 정도의 가공할 만한 피지컬은 차두리란 이름 석 자를 고스란히 설명하는 주 무기였다. 그는 강철같은 체력과 몸싸움을 펼쳤고 엄청난 스피드로 상대 수비수를 곤혹스럽게 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으로 세밀한 플레이는 다소 떨어졌지만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장점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러한 차두리를 본 팬들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부족한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로 충분히 채운다는 평가를 낳기에 이르렀다. 팬들은 차미네이터(차두리+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안겼다.

13년 전 다듬어지지 않았던 차미네이터는 이제 '경험'이라는 무기를 더하며 완전체는 아니지만 성숙한 기량을 뽐내는 노장이 됐다. 대망의 아시안컵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울리 슈틸리케(60)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은 팀에 베테랑이 남아 있길 원한다. 차두리는 이견이 없는 강력한 후보군이다. 본인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으나 그를 제외한 팬과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기량 자체를 놓고 봤을 때 아직 국내 최고라 불리기 충분한 만큼 이대로 발걸음을 멈추기엔 너무 아깝다. 1960년 이후 무려 5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는 아직도 성장하는 그를 여전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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