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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술금융 급증세…제2의 모뉴엘사태 우려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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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신동진 기자]

노컷뉴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유망 기술을 지닌 중소기업에 적극 대출을 해주라는 정부의 기술금융확대 정책에 대해 금융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떠밀려 은행들이 마구 대출을 해주다 보면 제2의 모뉴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모뉴엘 사태는 금융기관들이 모뉴엘이라는 한 기업의 해외 매출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기술력과 성장성 등을 맹신한 채 대출을 해주면서 발생한 금융사고를 말한다.

국내 은행들은 모뉴엘이 꾸민 서류를 근거로 발급된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만 믿고 6,728억 원을 대출해 줬고, 지난 20일 모뉴엘이 갑작스레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 당국의 실적 압박에 속앓이 하는 금융권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창조금융'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기술금융' 활성화를 독려해 기술금융 대출은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금융이란 자산이나 담보가 없지만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있다면 대출과 투자를 해주도록 한 정책금융이다.

지난달 말 현재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은 총 3,187건으로 1조 8,334억 원(잠정치)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치 7,500건의 42.5%에 달하는 규모다. 전월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은 총 1,658건으로 7,221억 원을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1조 1,113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속은 탐탁치 않다. 등 떠밀려 기술금융을 늘렸더라도 금융사고가 터지면 책임은 고스란히 금융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모뉴엘 사례에서 보듯 수출입 업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가 수십 년 간 축적된 국책기관들 마저 수출 사기를 당하는데, 관련 정보가 부족한 시중은행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특히, 업체당 수천 건에 이르는 매출채권에 대한 거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은행들은 기업이 제출한 보증서나 매출채권에 의지해 대출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A 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은 현장 운용을 고려한 제대로 된 지침을 내려줘야 하는데 기술금융 실적만 강조하고 있어 제2의 모뉴엘 사태가 나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 현장에선 '실적 짜내기'식 영업 부작용

현장에선 벌써부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기존 거래 기업 위주로 기술금융 실적을 맞추거나, 기술등급이 낮은 기업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출을 해주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7~8월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서를 반영해 실행된 전체 은행(정책금융공사 포함)의 기술금융 대출은 1,510건(7,22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855건(56.6%)은 기존에 은행들이 거래하던 기업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5,662억 원(78.4%)으로 무려 80%에 달했다.

또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업은행의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실적을 보면, 지난 8월말 현재 기업은행은 592개 업체에 4,404억 원을 빌려줬는데, 이 중 기술력이 낮은 기술등급 T6이하 기업이 전체의 39%인 231개사로 집계됐다. 반면, 최고 등급인 T1(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었고, T2(우수) 등급은 불과 7개(1.1%)에 그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실적을 실시간 점검하면서 관련 실적을 다그치고 있다"며 "은행은 소중한 고객의 자산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만큼 보수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모뉴엘 사태와 기술금융은 관계가 없다"며 "세관과 무역·보험·은행 등 관련 기관이 상호 점검해야 할 부분을 놓친 것이 모뉴엘 사태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sdjinn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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