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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國의 '고속철 굴기(崛起·우뚝 섬)'… 올해 6개 대륙에 모두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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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원어치 수주]

- 최근 美까지 입성

보스턴에 지하철 284량 수출, 캘리포니아 고속철에도 도전

- 中 최대 경쟁력은 '실전 경험'

지금까지 1만2000㎞ 건설… 공사비 20~30% 저렴

- 안전성엔 계속 의문

2011년 고속철 추돌, 39명 사망… 하얼빈~다롄 공사중 교량 붕괴

중국의 '고속철 굴기(崛起·우뚝 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 최근호는 독일 교통컨설팅업체 SCI페어케어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양대(兩大) 철도기업인 중국남차(中國南車)와 중국북차(中國北車)가 세계 고속철 시장에서 점유율 49%를 차지, 일본·유럽 업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고속철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증권시보(證券時報)는 29일 "중국 고속철 업체의 올해 해외 수주 규모가 1300억위안(약 22조38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의 이 같은 성공은 내수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고속철은 내수만으로도 당분간 충분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중국 주요 도시를 고속철로 촘촘히 연결하는 '4종 4횡(四縱四橫) 프로젝트'가 2040년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과 기업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수를 넘어 세계시장을 삼키고 있다.

조선일보

올해 중국 고속철의 해외진출 사례 정리 그래픽


최대 경쟁력은 1만2000㎞가 넘는 고속철을 깔아본 실전 경험이다. 중국은 세계 고속철 총연장의 50%를 차지한다. 기술력은 일본·유럽에 크게 뒤지지 않으면서, 공사비가 20~30% 이상 저렴한 것도 큰 강점이다. 중국은 고속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양대 산맥'인 북차와 남차를 합병할 계획이다. 두 기업이 해외에서 출혈경쟁하는 상황을 막고 규모의 경제를 키워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의도다.

반면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된다. 지난 2011년 7월 저장성 원저우(溫州)에선 고속철 추돌 사고로 39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베이징~상하이를 운행하는 고속열차의 절반인 54량은 경고등 오작동과 에어컨 고장 등으로 리콜되기도 했다. 하얼빈~다롄 구간은 철로 공사 중 교량이 무너지는 사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국 고속철은 남·북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등 6개 대륙에 모두 진출했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이 중국 고속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도 중국산 경(輕)전철을 수입한다. 러시아·아르헨티나·호주에도 중국산 열차가 들어간다.

특히 아프리카는 중국 고속철이 괴력을 발휘하는 지역이다. 지난 5월 중국철도건설(中國鐵建)은 리커창 총리의 아프리카 순방 기간에 총연장 1385㎞인 나이지리아 해안 철도 사업권을 손에 넣었다. 공사비가 807억7900만위안이다. 수단·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중국 고속철을 선택했다. 중국이 아프리카 시장을 독식한 데는 '철도와 무기'를 묶어 파는 전략이 한몫했다. 아프리카의 교통 인프라와 안보 불안 문제를 동시에 풀어주겠다는 접근법이 통한 것이다.

미국 시장도 뚫었다. 지난 24일 중국북차는 보스턴에 284량의 지하철을 공급하는 34억8500만위안(약 6000억원)짜리 계약을 따냈다. 중국남차는 캘리포니아주가 추진하는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연결 고속철 사업(680억달러 규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의 고속철 굴기는 세계 패권 전략과도 관련 있다. 고속철은 특성상 한번 깔리면 건설한 국가의 철도 표준에 따라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화가 늦었던 중국은 지금까지 서방이 만든 규칙만 따라왔다. 그러나 이제는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만큼 고속철을 통해 규칙 추종자에서 제정자로 변신하려는 것이란 관측이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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