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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미국판 최동원 … 월드 '범가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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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만에 또 나와 5이닝 완벽투

팀 4승 중 세 경기 책임져 MVP

29년 만에 우승 도전 캔자스 눈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왼손 투수 매디슨 범가너(25).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는 아닐지 몰라도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에서는 이미 ‘전설’이 됐다.

샌프란시스코가 ‘10월의 사나이’ 범가너의 역투에 힘입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30일 캔자스시티 카우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3-2로 이겼다. 샌프란시스코는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또다시 우승했다. 통산 8번째 우승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회 초 무사 만루에서 연속 희생플라이로 2점을 먼저 얻었다. 캔자스시티도 2회 말 알렉스 고든의 적시 2루타와 오마 인판테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의 추는 4회 초 1점을 더 낸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기울었다. 2-3으로 뒤진 캔자스시티는 막강 불펜조 켈빈 에레라-웨이드 데이비스-그렉 홀랜드를 차례로 내보냈다. 이들은 이번 4회 1사부터 상대 타선을 틀어막으며 타선이 터지기만을 기다렸다.

샌프란시스코엔 막강 불펜 투수는 없었지만 필승카드 범가너가 있었다. 21일 1차전(7이닝 3피안타 1실점 승), 27일 5차전(9이닝 4피안타 완봉승)에 등판했던 범가너는 이틀만 쉬고 다시 등판했다. 이틀 전 117개나 던졌지만 5회부터 마운드를 물려받았다. 범가너는 9회까지 5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 말 2사 후 고든의 안타 때 중견수가 공을 빠트렸고, 좌익수도 서두르다 공을 놓친 사이 고든이 3루까지 갔다. 처음이자 마지막 위기였다. 그러나 범가너는 지치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살바도르 페레스를 3루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범가너에게 구원승이 주어진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50여 분 후 승리투수를 2와3분의1이닝 1피안타 무실점한 제레미 아펠트로 수정하고, 1점차 리드를 지킨 범가너에게 세이브를 줬다. ‘가장 효과적인 피칭을 한 구원투수’에 대한 해석을 놓고 사무국도 꽤 고민한 것이다. 5이닝이나 1점차 리드를 지킨 범가너의 세이브는 선발승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범가너는 클레이튼 커쇼(26·LA 다저스) 다음 가는 왼손투수로 꼽힌다. 큰 키(1m96㎝)와 긴 팔을 가진 그는 스리쿼터로 공을 뿌린다. 왼손 타자에겐 등 뒤에서 날아오는 듯하고, 오른손 타자에겐 멀리서 나타나는 공처럼 느껴진다. 크고 거친 폼이지만 직구와 슬라이더의 제구가 좋다.

무엇보다 범가너는 가을에 더 강해진다. 정규리그에서 18승10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던 그는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4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2를 기록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투구수는 52와3분의2이닝으로 2001년 커트 실링(애리조나)을 넘어 최다 이닝 기록을 세웠다. 범가너는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2010년·2012년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세 개의 우승 반지를 꼈다. 세 차례 월드시리즈 기록은 36이닝 1실점에 4승1세이브 무패다. 정규시즌 때 잘 나가다 가을이 되면 무너지는 커쇼와 대비된다. 올 가을 범가너에게는 ‘미친 범(Mad Bum)’ ‘미스터 옥토버(Mr.October)’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국 팬들은 범가너를 보며 2011년 타계한 고(故) 최동원을 떠올렸다. 1984년 롯데 소속이던 최동원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경기에 등판해 혼자 4승을 거두며 시리즈 최우수선수가 됐다. 범가너도 월드시리즈 MVP에 올랐다. 그는 “이런 경기에서 던질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아웃카운트만 생각하느라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어떨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김효경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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