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해 못할 ‘목사의 자격’… 아직도 여성에겐 깨기 힘든 ‘유리천장’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독교협 ‘양성평등’ 토론회서 쏟아진 비판

여성 목사 10년간 5배 늘었지만 최대 교단 예장합동, 여전히 불인정

업무·모임·사례비 등 차별 심각 “가부장적 한국 교회 ‘개혁’ 나서야”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종교개혁을 이끈 마틴 루터는 모든 사람이 사제가 될 수 있고 평신도도 설교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500년 전 여성은 가정에서 설교할 수 있었을 뿐 교회에서의 설교는 남성만이 가능했다. 500년이 지난 현재 교회 내 여성의 지위는 얼마나 향상됐을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여성 목회자들로부터 듣는 ‘종교개혁 과제로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세나 목사는 “현재 한국 교회는 가부장적 교회 문화와 성차별적 위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장통합 여교역자연합회에서 실시한 ‘여교역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여성 목사 수는 2002년 306명에서 2012년 1500여명으로 10년간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늘어난 숫자에 비해 현실은 열악했다. 교회에서의 성차별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성 교역자 56.5%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성차별 유형별로는 사례비 및 처우에 대한 차별이 34.5%로 가장 높았고 업무 배정 차별 33.8%, 각종 모임 배제 10.1%, 공개 채용 시 여성 배제 9.1%, 목사 안수 청빙 거부 5.5% 순으로 나타났다. ‘장년 설교를 수행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다른 교역자들과 동등하게 한다’는 응답은 28.4%에 그쳤다. ‘주로 남자 교역자들이 하고 예외일 경우에 한다, 수요·금요·새벽 기도회만을 주로 한다’ 등의 응답이 13%, ‘전혀 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9%에 이르렀다. 이유를 묻자 ‘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주지 않아 못했다’는 응답이 50%나 됐다.

경향신문

교회 내 성차별 문제는 일반 사회에 비해서도 훨씬 정도가 심각하며 해결도 느리다. 사진은 1992년 여성 목사 안수를 거부하는 교단에 맞선 여성 목회자들의 시위 모습. 그러나 여전히 여성 목사 안수를 제도적으로 금하는 교단이 있을 정도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기독교한국침례회는 지난달 정기총회를 열고 여성 목사를 인정하는 규약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기침 총회는 ‘목사의 자격’을 ‘만 30세 이상 된 가정을 가진 남자’에서 ‘만 30세 이상 된 가정을 가진 자’로 고쳐 여성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했다. 교단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여성 목회자 수는 많은 교단이 30%, 적은 교단은 1%도 안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장합동은 여전히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독교장로회 여교역자협의회 총무인 이혜진 목사는 교회 내 여성 목회자의 현실에 대해 증언했다. 서울 등 도심지 교회에서는 여성 부목사 청빙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지만 작은 교회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부교역자를 두기 어렵거나 1명의 부교역자 청빙이 가능한 경우 남성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이 편하다는 담임 목회자들의 인식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전임 교역자 대다수도 상담과 교구 담당, 친교부와 봉사부, 여신도회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목사는 “예배, 선교, 행정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교회 전반에 대해 큰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으로는 차별 없이 목사가 될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유리천장이 여전하다. 여성을 청빙하는 교회가 흔하지 않고 임지가 주어졌다 해도 인턴 경력 2년이 지난 뒤 목사 임직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많은 여성들은 출산할 즈음에는 일을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가 많다.

이 목사는 교회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해결하는 교회로 청주제일교회 사례를 들었다. 청주제일교회에서 한 여교역자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원래 부부는 서로 다른 교회에서 사역했으나 남편이 임지를 옮겨야 될 상황이 되자 교회에서 남편도 청빙해 목사 안수를 하고 부인과 함께 목회하게 했다.

박 목사는 “여교역자 채용제, 여장로 할당제, 여성 총대 할당제 등 정책이 필요하다”며 “제도적 할당제는 약자의 참여가 미약한 구조에서 평등한 구조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 방편”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서울장신대 교수는 “종교개혁 정신의 계승은 ‘복음의 재발견’이라는 핵심으로부터 오늘에 맞는 문제를 해석해야 하는 것”이라며 “여성주의적으로 종교개혁을 본다는 것은 새로운 종교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