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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의술 인술]당뇨병 환자가 건강하게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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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월호, 환풍구 붕괴 등 연이어 안타까운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하면서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회자되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1 대 29 대 300 법칙’이라고도 불리는데, 1번의 대형 사고가 일어날 경우 그와 유사한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이상징후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큰 재해는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하인리히 법칙은 건강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질환은 발병 전 여러 증상이나 이상징후를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만 30세 이상인 성인 8명 중 1명꼴로 앓고 있어 국민 질환이라고도 불리는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당뇨병 전 단계’로 진단받아도 ‘아직은 병도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관리에 소홀한 사람도 많고, 당뇨병 합병증은 질환 발병 후 10~15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어 나타나다 보니 과체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합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대다수 환자들은 간과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2008~2012년)를 바탕으로 환자들의 질환 관리 정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국내 당뇨병 환자 중 혈당조절 목표(당화혈색소 6.5% 미만)에 도달한 환자는 26.3%, 혈압조절 목표(140/80mmHg 미만)에 도달한 환자는 51.2%, 지질조절 목표(LDL 콜레스테롤 100㎎ 미만)에 도달한 환자는 49.9%였으며, 세 가지 기준을 모두 권장수치대로 잘 조절하고 있는 환자는 15명 중 1명꼴인 6.5%에 그쳤다. 또 비만한 당뇨병 환자(BMI 25 이상)의 질환 조절률은 더욱 떨어져 약 5.6% 수준에 불과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필자가 평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꾸준히 혈당 관리를 하고 있는데, 걱정할 거 없지 않나요”이다. 하지만 실명이나 신장질환, 족부 절단과 심혈관질환 등과 같은 혈관 합병증은 혈당은 물론 체중, 혈압, 지질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때문에 필자는 ‘당뇨병=혈당 조절’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환자를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 이러한 인식이 변화된다면 국내 환자들의 질환 조절률도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국내에는 다양한 당뇨병 치료제가 개발, 출시되어 있어 다양한 위험요소들의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혈당 강하 효과와 함께 체중, 혈압 감소의 부가적 이점이 있고, 저혈당 및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낮아 안전성까지 확인된 약제도 출시되었다.

이 약제는 인슐린에 의존하는 기존의 치료제들과 달리 신장에 작용해 과다한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하며 자연스럽게 혈당을 낮춘다. 하루에 소변으로 배출되는 포도당의 양은 약 70g이다. 칼로리로는 280㎉ 정도다. 이는 매일 밥 한 공기를 줄이거나, 1시간 반을 걷는 것에 해당하는 칼로리로 이런 기전의 특성으로 혈당 강하뿐 아니라 체중과 혈압 감소 등 부가적인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50년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수가 591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재 국내 당뇨병 환자의 74.7%가 비만이나 과체중이고, 54.6%는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물론 위험요소를 보유한 환자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치료에는 때가 있듯 당뇨병 치료와 관리도 적기에 올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징후를 무시하며 ‘나는 괜찮겠지’라는 예외주의에 빠지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혈당 조절과 더불어 체중, 혈압, 지질 등 당뇨병과 연관된 여러 위험인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개별화해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자.

마지막으로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이를 진료 시에 전문의에게 알리는 것도 잊지 말자. 자신의 상태를 숨길 경우 자칫 함께 쓰면 안되는 약물을 처방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사소한 문제들을 방치하면 대형참사가 발생한다. 건강에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사소한 위험인자 하나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안규정 |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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