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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저가수주 유령', 조선업 세계 1위 현대중공업 덮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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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경험 부족으로 혹독한 수업료 지불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조선업종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009540]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기록적인 손실을 낸 데에는 저가수주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황 부진으로 2분기에 1조1천37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현대중공업은 3분기에는 1조9천34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손실 폭이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조선 분야와 플랜트 분야의 공사손실충당금과 공정 지연에 따라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현대중공업측은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등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에서 공사손실충당금 5천922억원을 쌓으며 7천791억원의 영업손실이 난 것이 적자폭을 더욱 키웠다. 이들 육상플랜트 현장은 건설업체의 저가수주 논란이 한창이던 2012년 계약한 것으로 공사 중간에 시공비가 증가하고, 공사기한 준수를 위한 돌관 작업 등으로 추가 비용이 보태지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작년에 삼성엔지니어링[028050], GS건설[006360], 대림산업[000210] 등 건설업체가 저가수주로 따낸 중동 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전철이 되풀이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주요 발주처인 유럽이 2011년 재정위기를 겪은 이후 선박 발주가 급감하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선 선가가 낮아지자 해양플랜트와 특수선 건조로 눈을 돌렸다.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며 해양플랜트 시장이 호황을 맞자 이 부문에 공격적으로 진출했으나 저가수주와 경험 부족으로 인한 대형공사의 지연, 비용 증가 등으로 지난 2분기 대규모 적자를 봤다. 이어 3분기에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는 발주처와 계약 변경을 통해 전분기(-3천740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 103억원 적자로 손실 폭을 크게 줄였으나 육상플랜트가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현대미포조선[010620]과 현대삼호중공업이 포함된 주업인 조선 부문에서도 반잠수식시추선, 5만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건조 경험이 부족한 특수선박에 대한 작업 일수 증가로 공사손실충당금 4천642억원을 쌓은 탓에 영업손실이 1조1천459억원이나 발생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조선과 중공업, 건설 분야를 아우르는 현대중공업이 보통 회사 5∼6개를 합한 덩치를 지닌 큰 회사인데다 연결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하다보니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손실을 함께 반영할 수밖에 없어 손실 폭이 커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또 통상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 손실을 털고 간다는 차원에서 회계기준을 극히 보수적으로 잡는 것도 이번 기록적인 손실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누적 손실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현대중공업의 그동안의 방만 경영과 리스크 관리 부재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1위라는 사실에 오랫동안 취한 채 내실경영을 하지 못한 게 오늘날 실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며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에 4분기부터는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긴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 강도 높은 개혁 작업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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