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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선거구의 재구성' 헌재결정에 정치권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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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 출신별·원내외 이해관계 갈려…여야 혁신위는 '반색'

'영향권' 의원들 패닉상태…"폭탄맞았다", "전쟁시작" 푸념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임형섭 기자 = 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2대1 이하로 바꾸라고 '구속력' 있는 주문하면서 선거구의 재구성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여야 사이의 손익계산은 물론 정파를 떠나 도시출신과 농촌출신, 현역 의원과 정치신인, 비례대표에서 지역구로 말을 갈아타려는 의원들 사이에서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여야 전망 복잡…대책마련 '발등의 불' = 이번 결정이 여야간 유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는 이후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 착수했다.

새누리당은 헌재 판결이 나자마자 김무성 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선거구 획정 판결에 대한 당 차원의 대책을 논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원혜영 정치혁신실행위원장을 포함한 의원들을 불러 이번 결정의 파급효과와 이후 당의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

여야 모두 헌재 판결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현행 선거구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만큼 거의 '패닉'에 빠진 모습을 보이는 의원들도 많았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은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고 총선 지형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회의원 입장에선 개헌에 비견될 수 없는 '블랙홀'이 엉뚱한 데서 터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당직자도 "호남 인구가 적다는 면에서는 야당이 불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강원 지역까지 고려하거나 농촌 선거구가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이 이슈에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여야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이슈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혁신위원장들 역시 '사투'를 각오한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문수 혁신위원장은 "오늘 헌재 판결은 늦었지만 매우 바람직하다"면서 "인구 대비 표의 등가성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만큼, 선관위가 이를 조속한 시일 내 실현해주길 바란다. 이것이 선거 제도 민주화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행위원장은 "지역주의 극복과 소수세력 등 다양한 정치세력 참여 차원에서 선거구제 셋 이상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 하고, 그 외는 소선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도를 검토할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선거제도를 손봐야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역별·출신별 유불리 뚜렷…환호성·곡소리 교차 = 국회의원들의 '생명줄'과도 같은 지역구가 걸린 문제인 만큼 의원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직접 본인의 지역구가 조정 대상에 포함된 의원들은 누구보다 이번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 김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가 대거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의원들 끼리는 지나가면서 만나면 "폭탄을 맞았다", "애도를 표한다", "내가 아니라 옆 지역구 의원에게 애도를 표해라" 등 농반진반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조정대상에 지역구가 포함된 한 의원은 "그야말로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일방적으로 지역구 조정을 강요하는 '나쁜 결정'을 내렸다"고 한숨을 뱉었다.

지역별로도 이해관계가 크게 갈라지는 만큼 완전히 다른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인구수에 비해 국회의원 지역구가 적어 오래전부터 현행 선거구 획정 개편을 주장해 온 충청권은 한목소리로 환영 입장을 내놨다.

충청북도지사 출신으로 1년전 현행 선거구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정우택 의원은 "충청도만을 무시한 선거구 획정을 헌법불합치로 판시한 헌재의 이번 결정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헌법정신에 투철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대전 서구을의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도 트위터에 "충청과 서울 강남이 의석수가 늘 것"이라며 "국민주권과 대의민주주의 정신상 옳은 방향"이라고 올렸다.

반면 호남과 영남 의원들의 반발은 매우 거셌다.

새정치연합 소속 전남의 한 의원은 "호남의 경우 농촌·어촌·산촌이 많은데 그 지역 주민들의 복지 사각지대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며 "나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영남권 3선 의원도 "선거구 획정을 완전히 새로 해야하는 상황인 만큼 골치아픈 일이 벌어졌다"면서 "역할 분담을 잘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아울러 농어촌지역의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여수를 지역구로 둔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성명을 통해 "도농간 정치력의 격차가 벌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예상되므로 향후 입법과정에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치 신인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아무래도 지역에 터를 닦지 못한 인사들의 경우 수도권 지역구가 늘어나면서 틈새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한 정의당을 포함한 소수정당들도 지역기반 정당들의 기존 구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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