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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4년간 장애인 급여·수당 빼돌린 식당주인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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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에게 급여를 주지 않고 식당 일을 시키면서 장애인 수당을 가로챈 의혹(경향신문 8월13일자 14면 보도)을 받은 이 식당 주인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급 지적장애인 김모씨(54)에게 급여를 주지 않으면서 14년간 청소와 설거지 등 일을 시키고 김씨가 받는 장애인 수당을 가로챈 혐의(횡령 및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동작구의 한 식당 주인 이모씨(41)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식당을 함께 운영한 이씨 어머니 박모씨(65)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김씨가 받아야 할 14년치 임금 1억3000만원과 장애 관련 수당 7000만원 등 모두 2억원 가량을 이씨 모자가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줄곧 “오갈 데 없는 김씨를 후견인 자격으로 돌봐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여전히 ‘자신이 김씨를 돌봐줬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 모자가 김씨의 급여와 수당을 빼돌린다는 의혹은 지난 6월 이씨 식당 인근 주민들과 동작구 장애인단체협의회가 제기했다. 당시 주민들은 지난 2월 이 식당이 술집으로 업종을 바꾸면서 식당일을 그만두게 된 김씨에게서 “신분증과 통장을 이씨에게 맡기고 있다”는 진술을 들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이씨에게서 신분증을 돌려받고 김씨 은행 계좌를 조회하면서 이씨가 김씨의 급여와 수당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김씨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는 “이씨 모자가 김씨에게 하루 18시간씩 일을 시켰다”며 “김씨가 폐품을 팔아 근근이 모아온 푼돈까지 모두 착복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9월 박씨가 김씨를 폭행해 경찰에 박씨를 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장애 수당 횡령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친 뒤 이씨 모자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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