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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인터뷰]야인 선동렬, "허! 이제 이 집도 못오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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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광주, 이선호 기자]"후련합니다".

선동렬(51) 전 KIA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놓으면서 야인으로 돌아갔다. 지난 25일 새벽 서울집을 떠나 승용차를 몰고 광주로 달려가 허영택 단장과 점심을 하면서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허 단장은 만류했지만 확고한 의지를 보이며 스스로 결별을 택했다. 이후 홀로 광주 숙소와 챔피언스필드 감독실의 짐을 정리하면서 KIA와의 3년 인연을 마감했다.

선 전 감독에게 지난 3년은 가시방석이었다. 고향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 탓에 제대로 외출도 못했다. 시즌을 마치고 재계약을 했지만 팬들의 반대 여론에 막혀 마음이 편할 수도 없었고 결국 스스로 짐을 내려 놓았다. 이날 저녁 선 전 감독이 즐겨찾는 광주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지난 1주일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수척한 얼굴이었다. 그는 "하루에 몇 시간 못잤다"고 말했다. 그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허, 이제 이 집도 못오게 됐네"라며 웃었다. 다음은 선 전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 재계약 후 엄청난 후폭풍이 불었고 힘든 1주일을 보냈을 것이다. 결국 어려운 결정을 내렸는데.

▲ 결정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속이 후련하다. 시즌을 마치면서 그만두려고도 생각했다. 그때 그만두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적을 내지 못해 고향팬들에게 너무 미안했고 그래서 명예 회복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재계약을 하면서 고향팬들이 한 번 더 믿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팬들의 마음을 보고 아 내가 '감독을 더 하면 안되겠구나'라고 느낀 게 작용했다.

- 언제 그만둘 결심을 했는가?

▲ 재계약을 하고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가족들이 고통을 받았다. 가족들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문자까지 보냈다. 너무 안좋은 내용에 집사람은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팬들이 반대하고 가족까지 고통받는데 그만두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 안치홍과 면담에서 임의탈퇴를 말한 점에 대해 팬들의 비난이 컸다. 왜 임의탈퇴라는 말이 나왔는가?

▲ 물론 임의탈퇴라는 말을 했지만 의미는 달랐다. 치홍이를 지난 3년 동안 지켜봤는데 선수중에서 가장 열심히 했고 팀을 위해 희생했던 선수이다. 그런 친구에게 내가 무슨 협박을 했겠는가. 치홍이가 대표팀 발탁이 되지 않으면서 입대를 결정하자 구단이 몇 차례 설득했다. 그러나 통하지 않자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도 치홍이가 필요했다. 그래서 더 더욱 구단과 치홍이가 부딪치면 안될 것 같았다. 불러서 '구단이 임의탈퇴를 생각하는 상황까지 되면 안되지 않느냐, 1년만 더 같이 하자'고 말했다.

(그래도 선 감독이 임의탈퇴라는 말을 꺼낸 이유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동석한 한대화 수석코치가 단서를 주었다. 그는 임의탈퇴라는 말은 자신이 먼저 했다고 했다. 한 수석은 "치홍이가 여러 차례 군 문제를 나에게 상의해왔다. 내가 선수들에게는 격의 없이 농담을 잘하는 편이다. 웃으면서 '자꾸 군대 가려고 하면 임의탈퇴 시킨다. 나도 해봐서 안다'라고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아마도 한 수석의 이같은 말을 들은 선 감독이 면담자리에서 불쑥 임의탈퇴라는 말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임의탈퇴가 내포하는 강제의 이미지 때문에 협박으로 증폭된 셈이다.)

- 부상선수들이 많았고 KIA가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는데.

▲ 내가 3년 동안 좋은 팀으로 만들지 못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다만 재계약 후에는 팀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마음 먹었다.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었다. 무엇보다 리빌딩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무리 캠프(미야자키)도 모두 젊은 선수들만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당장 성적이 나지 않고 부진하더라도 가능성 있는 새 얼굴들을 눈 딱 감고 계속 기용할 생각이었다.

- 후임 감독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무엇보다 부상 선수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주전 선수 가운데 부상 선수가 있으면 전력도 문제지만 분위기도 좋아지지 않는다. 부상 선수가 생겨도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단 한 경기라도 부상을 호소하면 1군에 데리고 있기 보다는 바로 2군에 보내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게 낫다. 그리고 다음 감독이 누가 되더라도 반드시 새 얼굴을 발탁해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경쟁 문화를 조성하면 점차 좋은 팀이 될 것이다.

- 감독으로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맛보았는데.

▲ 삼성에서 성공했지만 KIA에서 실패했다. 삼성에서는 우승도 하고 준우승도 했다. 그때는 FA 선수를 단 한 명도 받지 않았다. 워낙 투수들이 좋아 FA가 필요없을 것 같았다. KIA에서는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투수력이 항상 문제였고 야수들도 부상이 많았다. 나도 제대로 못해 결국 실패를 했다. 그러나 성공만큼 실패도 나에게는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앞으로 왜 실패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 앞으로 어떻게 지낼 생각인지.

▲ 일단 쉬고 싶다. 나 때문에 고생했던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 당분간 당분간 야구를 잊고 가족과 함께 보낼 생각이다. 지인들도 만나고 적적하실 김응룡 감독님도 잘 챙겨드려야 한다. 그러다보면 조금이라도 야구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생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고향팬들에게 기쁨을 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죄송스럽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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