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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생활 선' 안내서 펴낸 유명가수 출신 비구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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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마을 선원장 보현스님 "하루 7분 수행으로 인생이 바뀝니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최근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禪)'(민족사)이란 책을 펴낸 경기도 부천 부처님마을 선원장 보현 스님이 24일 서울 조계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보현 스님은 '이경미'란 예명으로 활동했던 유명 가수와 CF모델 출신이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인기 절정이었던 톱스타 시절에도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수행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최근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禪)'(민족사)이란 책을 펴낸 경기도 부천 부처님마을 선원장 보현스님은 유명 가수 겸 CF 모델 출신의 첫 비구니다.

여고생 시절 친구와 서울 남산에 산책을 갔다 영화진흥공사 기획자 눈에 띄어 '이경미'란 이름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요즘 말로 '길거리 캐스팅'이다. 1984년 가요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인기 절정이던 1987년 김혜수·길용우 주연의 KBS 인기드라마 '사모곡' 주제가를 부른 뒤 홀연히 사라졌다.

책 발간을 계기로 출가 사연을 처음 밝힌 보현스님을 지난 24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났다.

"어려서부터 꿈에 '땅콩 스님'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몸집이 아주 작은 땅콩 스님은 위기 때마다 나타나 저를 도와줬습니다. 출가할 때까지 계속 스님과 함께 살았던 거죠. 마치 목적지에 데려다 주고 떠난 뱃사공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나중에야 그분이 부처님이란 걸 알았어요."

불가에서 말하는 이른바 '몽중가피'(夢中加被)다. 가피는 부처나 보살이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을 말한다.

땅콩 스님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청와대 만찬을 비롯해 정치권과 재벌들에게 불려다닐 때 온갖 위험과 유혹에서 지켜 준 것도 땅콩 스님이었다. 그런가 하면 생방송 출연을 기다리던 그를 갑자기 절로 데려가 방송 펑크를 내게 만든 적도 있다.

선원(禪院)인 수덕사 견성암에서 법상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보현스님은 줄곧 선 공부와 수행에 힘썼다.

충남 천안 몽각산 기슭의 한 폐교에서 대소변까지 직접 받아내면서 장애 어린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찬불가요를 작사·작곡해서 음반을 낸 것도 그 어린 부처들을 위한 것이었다.

보현스님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수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맞는 '생활 선'이 필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거울을 보면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도 잠시 짬을 내서 수행을 하면 인생이 바뀝니다."

그는 수행에는 많은 시간이 아니라 하루 7분이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마음을 집중하는 7분 수행으로 무슨 일이라도 안정된 상태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지 않은 생각은 버리고,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조금씩 모을 수 있도록 좋은 마음을 갖는 데 집중해 보세요. 자기 생각을 관찰하고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일반인의 불안과 스트레스, 운동선수의 시합증후군, 탤런트와 가수의 긴장증후군 같은 걸 모두 없앨 수 있습니다."

보현스님은 자신의 수행을 '애벌레 선'이라고 부른다. 지리산에서 수행할 때 눈앞에서 사뿐히 날아오르던 흰나비를 보고서 깨달은 바 있어서다. 배추벌레조차 나비가 되어 대자유를 찾아 떠나는데 인간들도 번데기 속에 갇혀 있지 말고 마음공부를 통해 훨훨 날아오르자는 것이다.

"'참 나'를 보려면 내가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자기가 옳다고 집착하는 만큼 고통이 커지고 '참 나'와는 팔만 사천리나 멀어집니다. 선은 산중 스님들만 하는 게 아니라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생활인이 해야 합니다."

보현스님은 "종교든 사회든 잘못된 지도자를 따라가다 보면 큰일이 나게 마련이다. 바른 지도자가 나와야 세상 흐름이 올바르고 사람이 희생되지 않는다. 잘못된 지도자들에게 휩쓸리지 않도록 바로 알아차리려면 각자가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현재 부천에 있는 선원을 서울로 옮기려고 구상하는 것도 세상 속으로,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란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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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선' 안내서 펴낸 유명가수 출신 보현 스님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최근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禪)'(민족사)이란 책을 펴낸 경기도 부천 부처님마을 선원장 보현 스님이 24일 서울 조계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보현 스님은 '이경미'란 예명으로 활동했던 유명 가수와 CF모델 출신이다. 2014.10.26 <<문화부 기사 참조>>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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