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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판교 참사 숨은 은인이요? 경찰로 할 일 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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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환풍구 지하주차장 연결 통로 소방에 알린 정태균·이동원 형사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노컷뉴스

판교 환풍구 지하주차장 연결 통로 소방에 알린 정태균·이동원 형사 (박철웅 기자)


"아파요, 살려주세요!"

지하 20미터 아래에서 신음소리와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벽을 타고 올라왔다. 뿌연 먼지 속에서 분당경찰서 서현지구대 소속 이동원(37) 경장의 마음이 급해졌다.

10월 17일 오후 5시 58분. 순찰차 안에서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공연장 추락 사고 소식을 들은 서현지구대 이동원 경장과 정태균 경사(37)는 5분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울려퍼지는 비명 소리에 이 경장은 로프도 매지 않고 곧장 사고 현장 안쪽으로 들어가 환풍구 잔해를 치우며 부상자들을 다독였다.

"언제 환풍구 안으로 들어갔는지도 기억 안 나요. 사람들이 계속 아프다고 하니까 구조 될 거라고 조금만 기달려 달라고 계속 말을 걸었죠.“

그러나 지하 20m 아래 부상자들을 구조하기란 쉽지 않았다. 골절상을 입은 부상자들을 로프로 끌어올리는 작업도 불가능했다. 더디게 진행되는 구조 작업에 발을 구르던 순간, 유스페이스 관리인 점퍼가 정태균 경사의 눈에 들어왔다

소속 명찰도 없는 검은색 점퍼였지만 정 경사는 한눈에 관리인을 알아봤다. 서현지구대에 근무하기 전 분당경찰서 정보과에서 3년 동안 판교 테크노밸리를 담당했기 때문.

“제가 테크노밸리 공사할 때부터 출입했었거든요. 사람들 속에서 지시봉을 잡고 있던 관리인이 딱 보였어요. 당장 달려가 환풍구 위치 어딘지 아냐고 물었죠. 지하 4층 주차장이랑 연결돼 있다고 해서 소방관과 함께 내려갔습니다.”

정 경사와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구조 인력이 지하 4층으로 급파됐다. 곧 벽 뚫는 소리가 들렸고, 부상자들이 하나 둘 현장에서 구조돼기 시작했다.

구조 작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 경사와 이 경장은 현장에 남아 사고 현장 인근 차량을 통제하고 폴리스 라인으로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 "생명 구하는 일 경찰로서 당연…제복 입은 한 현장서 최선 다할 것"

네 시간만에 지구대로 복귀하자 그때서야 실감이 나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정 경사는 “로프도 매지 않고 현장에 뛰어드는 이 경장을 보며 정말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저도 자극받아서 열심히 뛰어다녔다”며 웃었다.

이 경장도 “저는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일을 했는데 정말 중요한 건 환풍구 위치였다”며 “연결 통로 밝혀 낸 정 경사가 함께 출동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지난 7월 분당 구미동 상가 화재때도 연기가 자욱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일일이 문을 열고 입주자들을 대피시켰다는 이 경장은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한 사람들을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섭거나 두렵다는 생각은 순찰차에서 내릴 때부터 없었어요. 구조 작업을 하는 건 1차적으로 소방의 책임이지만 생명을 구하는 데 소방이든 경찰이든 우선 순위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제복을 입고 있는 한 다시 현장에 뛰어들겁니다."
tooderigi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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