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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통법 이후 불법보조금 정말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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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하자마자 ‘전 국민 호갱법’ 논란… 법 기대만큼 통신비 인하는 없다?



문자가 왔습니다. “010-****-****님 10월 청구금액 107,350원(10월 5일 기준, 스마트청구서 확인)” 기자가 쓰고 있는 요금제는 월정액 75요금제입니다. 75요금제란 월정액으로 7만5000원이 청구된다는 뜻입니다. 7만5000원만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매달 지출되는 요금은 1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왜 그럴까요.

청구서에서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각종 ‘요금할인’입니다. LTE요금약정할인, 착한 가족할인 등 5개 할인으로 약 2만6000원이 할인되었습니다. 부가서비스 이용료는 콜키퍼(부재중 전화를 표시하는 서비스로, 다른 통신사에서는 캐치콜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500원, 그리고 Btv 모바일이라는 3000원짜리 서비스 요금을 더해 납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등과 단말기 할부금 3만280원이 덧붙여져 10만원이 넘는 요금이 청구되는 것입니다.

기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하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6월 휴대폰을 구입했습니다. 기자가 구입하기 전 수차례의 이른바 ‘휴대폰 대란’이 있었습니다. 휴대폰 대란이란 이른바 통신사들의 ‘보조금 폭탄’으로 단말기를 거의 공짜로 구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올해 2월 11일 벌어진 이른바 ‘2·11대란’의 여파로 두 통신사가 45일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습니다. 기자가 6월에 휴대폰을 구입했던 것은 그 영업정지 조치가 풀림과 동시에, 이통사들이 또 보조금 폭탄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주위의 전망 때문이었습니다. 그 ‘전망’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판매대리점을 통해 집행된 통신사들의 이른바 ‘정책’ 변경은 신속했는데, 심야 또는 새벽 1~2시에 잠깐 공지가 인터넷을 통해 올라가고 할당 물량이 종료되면 삭제되는 식이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휴대폰 판매점 앞에 새벽부터 장사진을 치고 몰려 있는 고객들’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대란’ 기회를 운수 좋게 잡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단통법 이전 수차례의 ‘휴대폰 대란’

휴대폰 구입과 관련해 ‘호갱’, 그러니까 ‘호구가 된 고객’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2~3년 전이었습니다. 처음의 사용 용도는 지금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지금도 거리를 나가보면 한 블록당 하나는 있는 휴대폰 판매·대리점이 내건 선전을 보면 ‘공짜 휴대폰’이라는 홍보문구가 단골로 사용됩니다. ‘3년 약정하면 요금할인으로 휴대폰 기계 값 꽁짜’와 같은 상술입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많은 사람들이 넘어간 상술입니다. ‘다양한 이름으로 표현되는 약정 기계 값의 원래 이름, 할부원금이 얼마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호갱탈출법’ 강좌가 인기를 모았습니다. 6월 기자는 인터넷을 통해 ‘꽤 좋은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했습니다. 이통사의 정책에 따라 10만원대의 ‘할부원금’이 걸려 있는, 당시까지 최신 기종이었던 휴대폰이었습니다.

10월 통신요금 청구서를 두고 잠시 과거를 돌아봤습니다. 기자는 휴대폰 통화를 할 일이 많은 직업입니다. 스마트폰을 쓰기 전에는 아무리 통화를 많이 해도 월 5만원을 넘긴 청구서를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통신비가 얼추 두 배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이폰 도입 전후를 스마트폰 사용이 본격화된 시점으로 잡으면 2009년 11월 이후부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청소년 이상의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가족 구성원별로 통신비가 지출되므로 가계통신비는 3~4곱절로 뛰게 됩니다.

단통법이 도입된 지 4주가 지났지만 ‘전 국민 호갱법’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처음으로 돌아가 단통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통과하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단통법이 처음 제안된 것은 지난해 5월 27일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등 10인이 제안한 것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10명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점입니다. 관련 상임위인 미방위에 상정된 날은 6월 18일. 다른 100개의 법률안과 함께 논의가 되었습니다. 과연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있었을까요. ‘단말기’로 검색해본 결과 나오는 22건의 발언 중에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이 눈에 띕니다.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해요. 다만 제가 하나 혼란스러운 건 민주당이 이런 법안을 내고 이런 주장을 할 때는 ‘이건 자유주의 시장경제 위반이야. 국가가 왜 가격에 개입해? 왜 요금제에 개입해?’ 이랬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여당 입법으로 나와 있고 여기에 도리어 정부가 동조하고 있어요.”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은 4차에 걸친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올해 4월 30일 미래위 전체회의에 상정됩니다. 전체회의에서 단통법이 어떻게 논의되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새로 제정하는 법은 조항에 어떤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축조심사를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회의록에 따르면 미방위 한선교 위원장이 총 21조와 부칙으로 이뤄진 법안을 5개씩 끊어서 의원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의원들은 어떤 의견을 보였을까요. 회의록에 기록되어 있는 의원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없습니다“ 하는 위원이 있음)” 법은 5월 2일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아무런 토론이 없었던 것은 동일합니다. 재석의원 203명 중 201명 찬성. 기권 2명. 기권한 의원은 새정치연합 이상민, 최민희 의원입니다. 반대는 없었습니다.

경향신문

10월 22일 열린 정의당과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단말기유통법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정용인 기자


‘단지 통신사만 배 불리는 법’

이번 ‘단통법 전 국민 호갱화’ 논란에서 가장 의아한 대목은 10월 1일 법 시행과 동시에 이와 같은 대혼란이 벌어질 것에 대해서 투표에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들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기권표를 던진 최민희 의원은 논란이 벌어지자 분리공시제를 핵심으로 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그날 최 의원이 기권을 하게 된 것이 “전후 맥락에서 뭔가 더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듯해서 소극적 반대의 표시로 기권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배덕광 의원도 최 의원과 대동소이한 형태의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상태입니다. 당일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0월 14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심 의원은 “원내 의석 5석의 소수정당으로 미방위에 국회의원이 없는 정의당으로서는 구체적 논의과정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10월 22일, 신촌에서 거리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정의당과 휴대폰 요금 인하운동을 벌이던 시민단체들이 연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쪽에서는 “단통법은 단지 통신사만 배불리는 법”이라며 대폭 보완을 촉구했습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형수 변호사는 “통신사들의 보조금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경우 그 이익이 통신사들의 요금과 서비스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요금경쟁을 회피해온 이동통신사들이 가져갈 것이라는 적지않은 우려가 있었다”며 “방통위와 미래부는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단통법을 시행해 결국 이동통신사들에게 요금인하에 대한 생색만 낸 채 보조금 감소로 발생하는 이익 대부분을 가져갈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한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 대표는 5대 3대 2로 분할되어 있는 현재의 통신시장이 바뀌지 않는 한, 단통법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호갱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집계를 보면 지난 8월 말까지 이동통신 가입자가 5633만2000명입니다. 전체 인구 수보다 많은 휴대폰 보급대수에요. 이런 상황에서 기존 통신 3사들은 새 고객을 어디서 찾겠습니까. 결국 뺏고 뺏기는 싸움입니다.” 불법·편법 보조금 논란은 그래서 나왔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통신사를 옮기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해요. 대리점에서 이것도 다 물어줍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에서 나온 돈이죠.” 유인책은 “고가의 새 휴대폰을 싸게 준다”입니다. 대신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를 의무사용하게 한다든가, 높은 약정요금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조건입니다. 사실 바로 그게 단통법이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그런데 왜 ‘전 국민 호갱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걸까요. “단통법 시행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보에 둔감한 사람이라도 20만~30만원은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내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11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니 당연히 나오는 반응이지요. 애당초 취지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하면 요금인하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요금인하 경쟁은 벌어지지 않고 보조금만 대폭 줄어들었으니 국민들이 볼 때는 통신사만 배불리는 법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전망입니다. “법 시행 후 한동안 통신사들은 눈치만 보고 있어요. 국민 여론이 냄비처럼 끓다가 가라앉을 거라고 보고 있을 거예요. 단통법 후 보조금 상한제가 한시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시행 초기에 비해 보조금은 어떤 식으로든 늘어날 것입니다. 어쨌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만큼 통신요금이 내려갈 일은 없어요. 새로운 단말기가 나온다 어쩐다 하면서 통신비 부담은 현상유지이거나 오히려 올라갈 겁니다.” 결국 3사가 나눠먹고 있는 통신시장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전 국민 호갱화’는 그대로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지배구조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옵니다. 아예 망사업자와 서비스 사업자를 분리하는 형태로 통신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해 보이는(?) 주장부터 제4 이동통신사업자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현실론(?)까지 다양합니다.

수시로 오는 ‘최신폰 공짜’ 자동응답전화

“호갱 방지 취지로 만들어진 단통법이 오히려 ‘전 국민 호갱화’를 초래했다”는 데에 애초 법을 만든 국회나 방통위, 미래부, 그리고 일부 이동통신사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중앙차로전용제’ 비유를 들었습니다. “중앙차로전용제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비판이 쏟아졌습니까. 하지만 결국은 안착되어 지금까지 잘 시행되고 있잖아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10월 22일 부산에서 기자들을 만나 단통법 논란과 관련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정확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래부는 단통법 시행 이후 매주 ‘이동전화시장 동향분석’이라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2주차 동향분석 자료를 보면 이통3사의 일일 평균 가입자는 9월보다 감소했지만 ‘점차 회복’되고 있으며, 가입유형에서도 “중고폰, 저가요금제 가입률이 증가하고 있어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최 장관이 언급한 ‘정확한 정보’란 이런 동향분석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요. 10월 24일 기자가 가입한 한 폐쇄형 SNS 그룹에는 다음과 같은 대리점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통신사명) 신규, 번이. G3 CAT6 출고가: 92,4000원(요금제 79기준) 공시지원금-204.000원. 할부원금: 720,000원 24개월 지원 55개(신규)/지원 64개(번이) 할부수수료 별도 가입비:유 유심비:무, 요금제: 완전무한 79 부가세 별도 요금제 6개월 유지 시 공시지원위약금 반환 없음.” 여기서 **개라고 표시된 것은 페이백, 곧 음성적인 불법지원금입니다. 다시 말해 새로 개통하면 55만원이 지원되고, 번호이동을 하면 64만원이 지원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의 단통법상 이 불법보조금의 지원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휴대폰제조사일 수도 있고, 이동통신사 또는 대리점일 수도 있습니다. 기자가 기사를 쓰는 와중에도 최신 기종 휴대폰으로 공짜로 교환해주겠다는 자동응답전화를 2통이나 받았습니다. 과연 기자가 직접 겪고 목격한 일들이 정부당국의 설명처럼 ‘법 시행 초기에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시행착오’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그러길 바랄 뿐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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