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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실적 죽쑤는` 아마존…그들엔 왜 행동주의 간섭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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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행동주의 `무풍지대`..성장성-베조스 지분율 덕

주가 추락-공시의무 소홀 등은 도마위 오를 수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죽은 동물의 냄새를 맡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하이에나와도 같은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들은 왜 아마존닷컴은 공격하지 않는 것일까.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계속된 실적 악화로 죽을 쑤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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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란, 회사 지분을 매입한 뒤 기업 경영에 깊숙히 개입해 자사주 취득과 배당 확대, 경영진 교체와 사업 매각, 분사(spin-off), 인수합병(M&A) 등을 요구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여 수익을 늘리는 투자 방식이다.

미국 투자 전문가인 캐롤 로스는 24일(현지시간) 경제 전문매체인 CNBC에 출연, “투자자들은 그동안 20년 가까이 아마존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았지만, 이처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행동주의자들이 나설 상황이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주 부진한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 뒤로 주가 하락으로 헤매고 있는 아마존도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을 지 모른다는 얘기다. 실제 아마존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8%나 급락했고, 올들어 지금까지 28%나 추락하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아마존은 당일배송 서비스를 전격 도입하고 대대적인 배송망과 물류센터 구축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지자 그를 만회하기 위해 전자책 리더기인 ‘킨들’과 태블릿PC 등을 출시했고, 지난 분기에도 3D 스크린을 탑재한 새로운 태블릿을 선보였지만 실적은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아마존은 공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도 악명높은 기업이다. 회사 전체 매출을 제외하고는 주요 사업별 매출은 공개하지도 않는다. 또 어디에 얼마 만큼의 돈을 투자하는지도 투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재무상황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주가는 충분히 반등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여전히 미래 성장 기대감을 주고 있는 기업인데다 제프 베조스라는 최고경영자(CEO)의 존재도 헤지펀드들의 접근을 막아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아마존은 미래 성장사업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돈을 쏟아 부었다. 투자는 늘어나는데 수익 기여는 크지 않았던 분야였다. 그러나 앞으로 추가 투자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반면 수익 기여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투자자들로서도 회사의 비용 증가 자체를 막기보다는 그 증가세가 매출 성장세에 맞춰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되길 원하고 있는 정도다.

아울러 베조스 CEO의 높은 지분율이 방어막이 되고 있다. 현재 아마존은 모든 주주들이 한 주당 하나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는 한 종류의 주식만 발행하고 있다. 베조스 CEO는 전체 회사 주식의 18%를 보유하고 있어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쉽지 않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지난 20년간 베조스 CEO가 쌓아올린 아마존의 실험적인 문화를 제거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매트 네머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아마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순 있지만, 그들 역시 베조스가 회사를 더 이끌어가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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