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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김연정의 게임트레킹] 명실상부 세계 최강 한국 e스포츠,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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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전세계 e스포츠의 중심인 한국이지만 최근 들어 국내 대우에 만족하지 못하고 해외 진출을 택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롤드컵 결승전./라이엇게임즈


[더팩트 | 김연정 기자] "최근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우에 만족하지 못하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팀들이 선수들이 원하는 요구를 조금 더 충족시켜 주길 바란다."

지난 19일, 5주 간의 대단원 끝에 ‘201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2014(이하 롤드컵)’에서 대망의 우승을 차지, ‘소환사의 컵’과 상금 100만불을 손에 넣은 한국 대표 삼성 갤럭시 화이트(이하 삼성 화이트)의 정글러 ‘댄디’ 최인규는 우승 인터뷰 중 팀을 대표해 이런 말을 했다.

삼성 화이트는 대만, 싱가포르 조별예선에 이어 부산에서 8강,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형제팀 삼성 갤럭시 블루와 4강 그리고 e스포츠 역사상 4만 유료 관객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4만 상암대첩’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롤드컵 결승 무대에서 승리해 당당히 롤드컵 ‘왕좌’에 등극, 또 한번 한국 e스포츠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알렸다. 삼성 화이트는 작년 한국 대표 SK텔레콤 T1 K가 우승한 것에 이어 올해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2회 연속 롤드컵 한국 우승 기록의 주역이 됐다.

그러나 그 날의 ‘영웅’, 마냥 웃기만 해도 모자랄 것 같은 삼성 화이트는 ‘한국 선수들과 코치진의 해외 진출’이라는 이슈에 대해 "아쉽다"라는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한국 선수의 해외 진출, 그리고 한국e스포츠의 우수함’을 바탕으로 한 무난한 답변이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너무나도 ‘돌직구’스런 답변은 속을 뻥 뚫리게 하는 정도를 넘어 ‘공허’ 심지어 ‘멍한’ 느낌까지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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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외 진출한 한국 선수는 많다. 사진은 롤드컵 결승 무대에 오른 중국 대표 로얄클럽의 한국 출신 정글러 '인섹' 최인석(왼쪽)과 '제로' 윤경섭./라이엇게임즈 제공


실제로 한국은 ‘e스포츠 강국’이기도 하지만 시쳇말로 ‘e스포츠 수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근 들어 선수를 비롯한 코치진의 해외 진출이 잦아지고 있다. 롤드컵 결승에서 삼성 화이트와 맞붙은 중국 대표 로얄클럽 역시 한국 선수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 등 2명의 한국 선수와 김선묵 코치가 포진해 있어 일각에서는 ‘한중 혼성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북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팀솔로미드(TSM) 역시 한국 선수 ‘러스트보이’ 함장식과 한국인 코치 ‘로코도코’ 최윤섭이 자리해 있다. 이 외에도 중국팀 WE의 코치진에 합류한 ‘히로’ 이우석과 이블지니어스(EG)에 입단한 ‘헬리오스’ 신동진 등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선수도 많다. 최근에는 올해 롤챔스 서머 우승의 주역인 KT롤스터 애로우즈의 ‘카카오’ 이병권과 ‘루키’ 송의진이 계약 종료와 동시에 중국행을 발표했고 KT롤스터 불리츠의 ‘마파’ 원상연 역시 코치로 전향해 중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그오브레전드 1세대 선수 ‘막눈’ 윤하운 역시 북미 지역 신생팀인 퓨전게이밍 입단 소식을 알렸고 롤드컵 우승자 출신 SK텔레콤 T1 K의 원거리딜러 ‘피글렛’ 채광진은 커스 게이밍에 새롭게 둥지를 튼 만큼 선수들의 해외 진출 소식은 점점 주기를 짧게 해 그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우수함을 전세계가 인정했다는 것, 그래서 끊임없이 한국 선수를 향한 '러브콜'이 이어진다는 점은 기분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해외 진출'을 선택하는 선수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해당 팀이 제시한)최고의 대우"라는 말은 기자로 하여금 "정말 잘됐다!"라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를 씁쓸한 생각을 동시에 들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해당 선수가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 받았다는 것에 대해선 두 팔 걷어 부치고 축하해줄 일이지만 그곳이 국내가 아닌 해외라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한국e스포츠업계가 처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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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 화이트는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 안타까운 입장을 내비쳤다./김슬기 기자


물론 선수가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비단 ‘금전’적인 것 만은 아닐 것이다. 롤드컵 우승팀 삼성 화이트 ‘마타’ 조세형이 “이번 롤드컵 이후 1팀 체제가 된다는 소문이 있다.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함께 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발생한다면 안타까울 것 같다. 선수 생명도 대우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차기 리그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 단, 그들이 말한 ‘최고의 대우’에는 선수 입장을 조금 더 생각해주는 방향으로 한국 팀과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길 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4만 상암대첩’이라는 e스포츠 역사상 대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됐던 롤드컵 결승. 그리고 뉴욕타임스, BBC등이 앞다퉈 보도할 만큼 해외에선 신선했던 삼성, CJ, SKT, KT 등 e스포츠를 후원하는 대기업, 포털 사이트 내 e스포츠 섹션 그리고 게임전문방송국 등 한국은 타국보다 e스포츠 문화를 선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고의 실력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전지 훈련을 오는 해외팀의 사례도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다.

그러나 정작 그 곳을 뿌리로 한 한국 선수들은 하나둘씩 새둥지를 찾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고 정상에 있는 선수들 역시 해외로 눈을 돌릴 만큼 이제 더이상 해외팀 입단은 한국에서 뒤처진 선수들이 택하는 수단이 아니다. '해외팀이 국내 우수선수를 상대로 접촉해 영입하려 한다'는 일각의 말은 "엄마! 쟤가 내 거 빼앗았어"라고 말하는 어린 아이들의 투정으로 밖에 들리질 않는다. 국내 선수들에게 하여금 '안정감'을 실어줘야 할 때,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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